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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Oct 03. 2022

사람은 사람으로 변한다.

미아리에서 닭한마리 장사할때였다. 미아리에는 닭한마리를 파는  닭집이 네 다섯군데 있었다. 닭을 공급하는 업자도 한명 있었는데, 양아치였다. 그는 여러번 내게 와서는 현 거래처를 끊고, 자기 닭을 쓰라고 했다. 난 몇번이고 거절했는데, 안될 것 같으니까  나보고 '애기'라며 놀려대고, 폭행을 했다.


얼마나 우습게 보이면 저런 양아치에게 당할까? 운동을 해야겠다. 다짐했다. 개인트레이너와 운동을 시작했다. 피티PT 비용이 부담이 되었으나, 억울함과 분함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독을 품고 달려들었는데, 운동도 만만치 않게 힘들었다.


그럴때마다 트레이너가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스쿼트나 데드리프트를 들어올릴 때는 할수 있다며, 격려해주었다. 우리는 운동 사이사이에 먹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운동이 30이고, 휴식이 30, 식단조절이 40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특히 소牛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다.


트레이너는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 소를 많이 먹는데, 한달 소값만 100만원 정도가 된다고 했고, 나도 트레이너를 따라서 고기를 많이 찾아먹었다. 고기만 먹으면, 독이 많이 쌓이기 때문에 초록색(야채)도 소만큼 많이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고기를 먹고 싶어진다. 우리는 운동이 끝나면 설렁탕 집에서 꼬리곰탕과 삼겹살집에서 차돌백이를 꾸워먹고는 했다. 그 관계를 3년간 유지했다. 트레이너와 운동하고 이야기 하고 시간을 보내다보니 몸이 점점 트레이너처럼 변해갔다. 20키로 원판 하나를 들때면 현기증이 느껴졌는데, 어느 순간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좀 바뀌었을 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상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내가 인사해도 대꾸없던 직원이 먼저 인사하기 시작했다. 하기 어려웠던 말이 쉽게 나왔고, 상대에게 먹혀들기 시작했다. 사람들 사이에서는 내 말이 묻혀버리기 일수였으나, 나직이 이야기해도 사람들이 듣기 시작했다.


세상을 탓할 것이 아니라, 나의 나약함이 원인이다. 세상이 악惡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약弱하다. 그래서 성장하고, 돈 벌려고 애쓰는 것 아닌가. 근데 혼자는 어렵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몸짱이 되고 싶으면 몸짱과 어울린다. 장사꾼이 되고 싶으면 장사꾼과 어울린다. 젊게 살고 싶으면, 젊은 사람과 어울린다. 긍정적으로 살고 싶다면 긍정적인 사람과 어울린다. 우울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셀프 디스(나도 이렇게 살고 있잖니~)를 해야하고 덩달아 나도 우울해진다.


변화란 각오하고 도전하고, 깨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스며들기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미 가지고 있는 사람과 어울리면 어느새 나도 그것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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