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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Oct 07. 2022

젊은 여자들.

편의점에서 알바중이었다. 우동집 이모가 오더니, 자기가 가게 보고 있을테니 우동집으로 가보라고 했다. 젊은 여자가 핸드폰 놓고 갔는데, 다시 와보니 없더라는 거다. 


가게에 가니까, 20대 초의 여자였다. 본인 물건을 잘 간수하지 못한 것과는 달리, '니들이 내 핸드폰을 어떻게 했을 것이다'라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난 먼지 뒤덮인 cctv 본체를 꺼내서 탐색 버튼을 눌렀다. 사각지대라 보이지 않는다. 여자는, 그러면 경찰을 불러야 하나?라는 말을 했고, 그러는게 낫겠다며 내가 경찰에 신고했다. 맞대응하면 의심만 더 커진다. 


젊은 여성 경찰이 왔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놓였다. 특유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핸드폰 분실녀에게 '전화는 해보았느냐? 보험은 들었느냐 식으로 말했다. 놀라운 일이다. 존재만으로 사태가 번지지 않는다. 


난 모니터의 사각지대를 어떻게든 비집고 볼려고 애쓰는데, (어떻게 연락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여자 경찰의 전화를 통해서, 핸드폰 분실녀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핸드폰 자기가 가지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이야기였다. 


도도했던 분위기가 봄눈 녹듯이 없어졌다 경찰에게 미안하다며, 굽신거렸다. 경찰은 자기네에게는 미안할거 없다고 말했고, 내가 나서서 '아가씨 사과 하려면, 나에게 해야지. 가게 문도 닫고 왔고, 이 얼마나 큰 공권력 낭비야'  


사과를 받고, 다시 편의점 알바로 돌아왔다. 저런 정신없음을 뭐라고 해야할까? 생각하는데, 편의점에 젊은 여자 손님이 와서, 프렌치블랙, 달라고 했다. 학생증과 결합된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익숙한 학교 로고다. 학과도 같다. '나도 여기 나왔는데'


젊은 여자는, 정말요? 되게 반가워했고, 나는 기쁜 마음에 카운터 옆의 추파춥스를 주었다. 밖에도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 선배님이래' 하자 꾸뻑 인사했다. 정겹게 손을 흔들었고,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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