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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Oct 09. 2022

보통의 존재.

아파트 청약 경쟁율은 70: 1이었다. 나는 이런 경쟁을 뚫고 선택된 적이 오십 평생 한번도 없었던 것이다. 이제 내 인생도 피는구나, 오십前의 인생이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면, 나머지 인생은 환희와 기쁨으로만 충만할 것 같다.


계약하러 갈때, 옆에 또래의 남자를 보았다. 그는 벽에 걸려있는 아파트 조망도를 보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고,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초면이지만 얼싸안고 울고 싶었다. 우리 이제부터 잘 살자고.


기분이 좋아서 제주도 가족 여행을 갔다. 흑돼지, 회, 빙수를 먹었다. 광어회를 꿀떡꿀떡 넘기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행복하면서도 불안했다. 이렇게 좋아도 되나.


2주 뒤 코로나가 터졌다. 길어봤자 3개월이겠지 싶었던 것이 2년이 지났고, 여전히 진행중이다. 계산을 해보니, 아파트로 (벌었다고 예상되는) 돈이 코로나로 나갔다. 월세가 워낙 비싸고, 앞으로는 내 건물에서 장사하겠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번 것도 아니고, 잃은 것도 아니고, 딱 내 그릇에 맞게 남았다. 인간이 만든 세상은 불공평해도 신神이 만든 세상은 공평하다. 주어진 그릇에 맞게 덜어주고, 덜어간다.


가장 좋은 수익율은 무엇일까? 무탈無頉이다.


무탈하게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굽이 치며 밑돌 빼서 윗돌 놓는 것보다, 수익율이 낫다. 그릇이 커지지 않는 이상, 이런 상황은 반복될 것이다.


난 특별해지고 싶다. 보통의 존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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