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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Oct 11. 2022

언제부터 우리는.

며칠전 나 보다 5살 많은 중년 아저씨가 편의점 알바로 오셨다. 그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로서 토요일과 일요일은 교회에서 봉사해야하기 때문에 출근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러라고 했고, 하루도 쉬지 못하다가 주말에만 땜빵하면 되니,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난 나이에 선입견이 없었는데, 남자 직원의 경우 나보다 나이가 많으면, 불편하다. 무언가 요구하면, 그것은 그것이 아니고, 이런식이 맞다며 내 의사를 거부했고, 지시를 하면, 그럴필요 없다며 이유를 댓다. 그 이유가 타당했기에, 그러시라고 했는데, 뒤돌아서면, 누가 사장인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할 것이지 왜 말이 많을까? 


그의 상황은  꽤 안좋다. 빚이 많아서 은행으로 급여를 주면 차압당한다고 한다. 현금으로 일주일마다 달라고 했다. 


얼마전 이혼 했고, 혼자 고시원에서 살며, 교통사고 당해서 재활치료를 받는다. 실제로 일을 시켜보니, 힘 쓰는 일은 하나도 할수 없고,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어보였다. 구청에 장애인 신청을 했고, 그것이 되면 몇십만원 나온다는데 대기자가 많아서 시간이 걸린다. 


몸 상태를 보면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한푼이라도 벌어야 한다. 그럼에도 말이 많고, 시키는대로 안한다. 


주급을 주면서 '00형은 지금 일을 하면 큰일 납니다. '라고 했다. '그럼 어떡해 할까요?'라고 내게 물어왔는데, 아득함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눈씻고 찾아봐도 방법이라곤 없는 그 암담함.


그와 나는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고, 군대를 갔다왔으며, 비슷한 나이에 결혼해서, 비슷한 아파트에서 비슷하게 살아왔을 것이다. 


우린 언제부터 인생이 이렇게 커다란 벽처럼 느껴졌을까? 


'피해를 드리면 안되지요'라고 그는 말했고, 난 주급에 조금 더 보태서 보냈다. 


*건강의 소중함은, 잃어봐야 절실히 깨닫는다. 건강하면 부자.



매일 읽습니다. 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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