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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Oct 13. 2022

부모라는 종교.

대학때 통일교 친구가 있었다. 부모님이 통일교라 자신도 통일교 규율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친구는 하지말라는 것만 골라했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통일교 교리 '원리강론' 공부도 하지 않았다. 


통일교에는 '축복'이라는 독특한 결혼 문화가 있다. 문선명 교주가 선남선녀의 사진을 보고 영성이 맞는커플끼리 맺어준다. 통일교인에게 축복을 받는 것은, 일생일대의 말그대로 축복이다. 친구는 이 행사에 진저리 쳤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군대 다녀와서다. 눈 씻고 봐야할 정도로 새로운 사람이 되었다. 그렇게 싫어했던 종교를 적극 선교하는 사람이 되었다. 


'축복' 결혼도 이른 나이에 해서, 나는 소개팅할때, 이미 일본인 아내와 신혼집에 살았다. 그 대비가 뚜렸해서, 뇌 수술이라도 받은것 같았다. 훗날 학교 근처 치킨집에서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 딴 사람처럼 바뀔 수 있냐고. 


의외로 본인은 변신한지 모르는 것 같았다. 변했다 하더라도 특별할 것 없다는 투다. 그냥 지금 모습이 당연한듯 했다. 질문한 내가 머쓱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그 친구가 떠올랐다. 난 부모님이 장사할때, 가게에서 일 돕는 것이 싫었다. 데이트 하다가 시간 되면 일하러 가게 갔다. 사귀던 여자는 가게 안가면 안되냐며 화냈다. 가게와 장사는 내게 산통 깨는 존재였다. 


지금은 장사 외에 흥미가 없다. 신기한 일이다. 매장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지만, 제일 마음이 편하다. 20, 30대에는 자유롭게 여행 다니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근데 그 사람들이 회사 나와서 할 일 없어하는 모습을 보면, 산해진미와 5성급 호텔과 폭넓은 견문 보다, 내 밥그릇이 먼저다. 


점심 시간에 개목걸이 달고 선남선녀들이 밥먹는 모습이 그렇게 부러웠다. 근데 지금은 일찍 장사 시작하기를 잘 한거 같다. 이것이 부모님에게서 받은 유산인가. 


통일교인 친구는 통일교로 귀의한 것이 아니라, 그가 평생 보아온 부모에게로 갔다. 부모는 절대적이다. 웬만큼 몸부림치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다. 벗어날 수 없다면, 기꺼이 따를 수밖에. 




*매일 책을 읽습니다.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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