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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Oct 14. 2022

사장이 의심하면, 직원도 의심한다.  

23세 휴학생이다. 녀석의 손이 불편하다는 것을 일주일만에 알았다. 시무룩 하길래, 왜그러냐고 물어보니, 자기 손이 이러니까 손님이 우습게 아는 것 같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왼손 약지 손가락이 제대로 접혀지지 않고, 손가락만의 문제가 아니라 왼쪽 전체가 풍 맞은 사람처럼 기우뚱 했다. 신경 쓰지 않으면 모르는데, 유심히 보면 눈에 들어오는 핸디캡이다.


밸런스 안맞는 신체는, 밸런스 안맞는 상황을 만들었다. 주변이 깔끔하지 않고, 자주 떨어뜨리고, 실수도 잦았다. 돈을 셀때는 손가락이 아닌, 한손과 명치 사이에 돈다발을 고정시키고, 나머지 한손으로 한장씩 세었다. 그 모습이 기이했지만, 내버려두었다. 


진우는 신체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다른 것으로 채웠다. 인간적인 살가움인데, 외동 아들로 귀여움을 받아서인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자기 이야기를 했고, 손님에게는 쓸데없이 말을 붙였다. 덕분에 손님은 진우를 좋아했고, 내가 가게를 지키면, 알바 어디갔냐며 찾았다. 


손님의 신상정보를 꿰찬 것은 물론이다.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무슨 술을 마시는지, 어떤 담배를 피우는지 심지어 얼마를 버는것 까지도. 


손님이 가게문을 열고 입장하면,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내놓았고, 손님은 계산만 하고 가버렸다. 판매와 소비에 마찰이 없는 이상적인  거래였다. 진우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서 시스템화하면 최고의 비지니스가 되리라 상상했다. 


알바비의 상당 부분을 먹는 것과 자기 몸에 투자했다. 몸은 불편해도, 진우는 자기 몸을 성전聖殿으로 모시는 것 같았다.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 


시급은 1만원이지만, 근처 헬쓰장에서 7만원 하는 개인 피티PT를 받았고, 몇만원 상당의 단백질 보충제도 챙겨서 먹는다. 가끔 나에게 '좀 드릴까요'권했는데, 먹고 싶었지만, 됐다고 했다.  '브루주아 알바', '리치 알바'라며 놀려대고는 했는데, 내심 자극 받았다. 이런 투자하는 것을 보면, 자기 몸을 함부로 굴릴 리 없고, 그 자존감은 부모에게서 왔을 것이라고, 훤히 보였다. 


언젠가 어머님을 모시고 왔는데, (할머니인줄 알았다.늦은 나이에 진우를 얻은거다.) 녀석의 말이 놀라웠다. '우리 엄마 이쁘지요' 나는 우리 엄마 이쁘다고 자랑한 적 있나? 


알리바바 마윈이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서 찾으면 성공할수 없다고 했다. 수 많은 사업하면서 공통점은 항상 나같은 손님이 오고, 나같은 직원이 왔다. 내가 열정을 다하면, 그들도 그러하리. 내가 의심하면, 그들 또한 의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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