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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대문 김사장 Oct 19. 2022

'작곡'의 대중화.

용감한 형제의 강동철은 문제아였고, 음악이 없었다면 범죄의 길에 빠졌을 것이다. 어느날 클럽에서 우연히 들은 음악이 그를 사로잡았고, 독학으로 음악을 공부한다. '작곡'이라고 하면 테리우스 왕자처럼 생긴 사람이 풍부한 감성으로만 하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영감이 떠오르면, 냅킨에 음표를 적어넣는 모습은 참 센티멘탈하다. 음악이란 으례 그런 사람들이나 만드는 것이다. 서태지는 고교를 중퇴했지만, 그의 이미지는 예술하는 사람처럼 감성적이다. 그런 이미지 덕분에 그는 음악을 위해 노력했다기 보다는,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다는 인상이 더 크다. 


강동철의 이야기가 희망적인 것은, 소도둑 처럼 생긴 사람도 얼마든지 작곡을 할 수 있고, 소주방에서 두부김치 먹으면서도 얼마든지 작곡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었다. 


아마도 용감한 형제가 이룬 업적이란, 손담비의 히트곡을 만든 것이 아니라, 작곡이라는 거대한 전문가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강동철의 음악 공부 방법은, 범상치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음악을 하고 싶으면, 버클리 음대나 못해도 서울 유수의 음대에 진학하는 것을 먼저 꿈꾼다. 용감한 형제는 정말 용감하게도, 어떤 교육기관에서도 음악을 공부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무릎팍 도사에서 강동철은 이렇게 말한다. 


'물론, 공부하면 좋지요. 하지만, 지금도 괜찮아요' 


그는 무조건 음악을 들었다. 들어야 한다는 강박때문이 아니라, 듣고싶어서 들었다. 아마도 이때의 집중적인 음악 청취가, 나중에 작곡할때의 밑천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폭발적으로 음악을 청취한뒤, 바로 작곡을 시작했다. 물론 체계적인 방법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혼자서 끙끙거리며 하나씩 만들어갔고, 결국 그 방법이 체계화되었다. 


'작곡'의 대중화는, 인터넷 시대의 특성이다. 정보가 민주화되다보니, 어렵게만 느껴졌던 전문 분야도 누구나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하는 시대가 되다. 


강동철 같은 전문가들이 몇몇있다. 앞으로 미대를 나오지 않은 그림작가, 전통 작법을 모르는 소설가, 컴퓨터학과를 나오지 않은 해커.....이들의 특징은 학교의 커리큘럼을 완전 무시한다. 이들의 학습방법을 정리하자면, 


1.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이나, 그림이나, 글등을 엄청 소비한다. 혹은 모사하거나 필사한다. 

2. 이런 엄청난 소비가, 결국 그의 데이타베이스가 된다.

3. 데이터 베이스가 쌓이면, 그것을 밑천으로 이리저리 조합하며 작품을 만들어간다. 물론 체계적인 방법론일랑 없다. 

4. 결과물이 나오고, 조금씩 자신만의 방법론이 생긴다. 


학교란 어떤가? 만인이 한국의 교육에 실망한다. 내가 아는 교사들은 모두 자기 자녀들을 미국으로 유학보내더라. 교육의 첨단에 있는 사람들이, 정작 자기 자녀들은 한국에서 교육시키지 않는다. 나는, 한국 교육이 학생들을 위해서 아니라, 학교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교육일랑, 받지 말자. 


혼자서도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시대,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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