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 나의 집안은 풍비박산 나고, 부모님은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나는 방치되었다. 나쁜 친구와 어울렸고,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학교옆에 떡볶이집이 있었는데, 친구가 떡볶이를 먹고 있길래 옆에 앉아서, 야!XXXXXXXXXXXX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을 하고, 혼자만 먹고 있는 친구를 나무랬다. 그 모습을 떡볶이 아주머니가 보시더니, 엄한 얼굴로 '너 무슨 욕을 그렇게 하느냐'고 꾸짖어 주셨다.
세월이 흘러서 고3때였는데, 그때도 나는 대학입시를 손 놓고 있었고, 자율학습시간에 이리저리 놀러다녔다. 1학년 담임 선생님이 그런 나를 보더니, 000 너 공부 안해~ 라며 혼냈다. 이미 담임도 아닌데 뭔 상관이란 말인가.
위 두 어른의 꾸중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말이었다. 지들이나 잘할 것이지. 남이사. 뭐 이렇게 넘겨버렸다.
근데, 수십년이 지난 지금 자꾸 생각난다.
아들 담임에게서 전화가 왔다. 난 아들의 학사 일정을 잘 모르니, 아내에게 전화해 보시라고 말했다. 그리고 통화 말미에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 잘 키워주셔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나왔다. 거기에 더해, 선생님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하시는 겁니다, 고맙습니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오그라드는 표현이지만, 난 이런 대사를 제법 잘 한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내 어린시절의 어른들에게서 받았던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었다. 개차반 같은 아이들, 싹수가 노래 보이는 아이들에게 어른들의 일반적인 태도는, 무관심, 냉소, 차가운 시선이다. 나도 그렇게 보여졌을 텐데, 그래도 따듯한 한마디 건네준 어른이 있었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라는 격려다.
순간적으로 지나치면서 오고간 말들인데, 그 말 덕분에 살았다. 잠깐의 말 한마디로 사람 인생이 바뀔수도 있다. 가성비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