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내가 그러고 있었구나를
인정하는 순간에도
나만은 나에게 관대해야 한다.
그 누구의 공감도 아닌
내가 나에게 진심으로 공감해 줄 때 비로소
인정이 되는 것 같다.
나의 고질적인, 보이지만 외면 하고 싶었던
엉켜버린 실타래 같은 오른쪽 어깨..
최근 며칠동안 병원 생활이 떠올랐다.
아마 이 습한 여름이, 나를 그 기억으로 다시
끌고간 모양이다.
그래.. 그때도 이렇게 푹푹찌는 여름이었지..
병상에 딸린 보조 침대에서 보내는 날은
다른 환자 쪽으로 돌아 눕는 건
뭔지 모를 침범같은 느낌이었고,
그를 향해서만 누워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또, 내가 그를 향해서 누워야만
내게 커다란 나무이자 보호자인 그를 지킬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환자였지만, 여전히 내게는 보호자였기에..
그는 나의 스무살을 함께했으며, 나의 서른도 함께였으니까.
그렇게 우리는 꽃다운 청춘을 함께했다.
그리고, 벌써 그를 떠나보낸지 십여년지 흘렀다.
나는 많이 밝아졌고, 행복하고 매 순간 즐겁다.
그래서 나는 정말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마음이 아직 그대로 내 어깨 깊숙히 박혀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관절을 턱을, 측두를 끝없이 끌어 당기고 있었다.
어깨가 풀려나가면서, 떠오르는 한마디!
"나는 안전해, I'm safe without you."
풀려나가는 걸 막으려고 애쓰며 일어나는 측두의 경련..
"책임질 필요가 없어"로는 안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그 날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그냥 괜찮아지고, 그냥 움직여지고 그대로 풀려나가고
놓아줄 수 있었다.
정말, 더 이상 눈물은 안나오는걸까?
진정 새로운 경험이었다.
슬프지 않은게 아니었는데, 그 감정을
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내가 보듬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쏟아내는게 아니라, 그냥 그대로 보였다.
불안해 하는 내가.. 정말 그대로 보였다.
어쩌면, 그 동안 나는 불안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불안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모른 채
그걸 놓쳐버릴까봐, 잃어버릴까봐
애써서 잡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어제 그걸 알았다.
"없잖아."
그런데도 아직 그러고 있는 나를 봤다.
"미쳤구나! 정말 미쳤어!"
내가 나에게 쏟아낸 말들..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후회였을까? 그리움이었을까? 미련이었나?
그러면 좀 어때? 라고
스스로에게 그동안 정말 관대했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게 어쩌면 방관이었을지도 모른다.
무시였는지도 모른다.
그 불안함을 마주하기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알렉산더 테크닉을 레슨을 하거나 받는다고 해서
꼭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는 건 아니다.
나도 가끔 이런 경험들을 하고,
그냥 그렇게 오롯이 보이는 내 마음과
안전하게 마주한다.
그저 내가 알렉산더 테크닉을 통해서
나를 이해하는 순간들과 마주할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나는 이렇게 몸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몸으로
넘나드는 이 작업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