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를 만났을 때,
처음으로 내가 책임을 지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걸 안 것 같다.
그냥 의리가 있거나 책임감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무엇인가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라기 보단
나와 관련된 어떤 것에도 내가 책임을 지려고 했다는 걸
그래서 완벽해지려고 했었다는 걸..
그날 그냥 우연히 그렇게 알게되었다.
사실 그날 마사와 만나려고 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데 마사가 내게 왔고 그녀가 말했다.
"not to be perfect.."
그녀의 소리로 듣는 이 말에
눈물이 그냥 펑펑 쏟아졌다.
그녀의 진심이 내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파동이 나를 흔들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로빈과 함께하던 어느날,
불현듯 떠올랐다.
내려놓아야 할 것은 내 팔이 아니라,
내가 짊어지려고 하는 책임이라는 걸..
내가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걸 수없이 자신에게 말해주었다.
지금도 스스로 말하곤 한다.
'니가 책임지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내가 책임지고 있는 것이 뭔지도 모르겠고,
막연하게 책임을 지지 말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뭔지 모를 거부감이 들었나보다.. 그래서
가끔은 그게 잘 안 먹히기도 어느 순간 멈춰지기도 하도 그랬다.
그러다 오늘 다시 알았다.
내가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착각한건 사랑이었다는걸.
내가 책임지지 않겠다고 하는게 사랑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는 걸.
책임=사랑
그랬기 때문에 책임지지 않는다고 하면 뭔가 불안한게 계속 있었다.
뭔가 떨어뜨리려고 하면 달아날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책임지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다고
내가 그렇게 소리내어 말할 수 있다.
내가 짋어지지 않아도 사랑을 줄 수 있다고..
그동안 나를 짓누르던 책임들이 한꺼풀 벗어진 느낌이다.
이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