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내다 보면 한번씩,
비슷한 순간과 마주하게 되는 것 같다.
좋았던 기억은 의도적으로 그 방향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그 길로 가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결국,
그 길 앞에 서서야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아직도 내가 과거 그때에 머물러 있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어쩌면 내가 아직도 거기 있다는 걸,
외면하기만 해서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계속해서 그 길로
이끌어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제도..
그 때 그 자리에 머물러 꼼짝않고 웅크리고 있는 내가 보였다.
불도 켜지 않은 방 한켠에서 아침이 오기를 기다리는 한 사람,
그러다 빛이 밝아오면 나갈 준비를 하고
다시 가면을 쓰고 세상으로 나가던 그 사람이
아직,
그 방안에 있었다.
나도 뭘 해야할지 모르겠던 그 때,
그저 하루하루 버텨내고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면서
정말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마음 속 깊이 믿고 있었던 이십대의 철부지가 아직 거기 있었다.
내가 그러고 있었는지조차 까맣게 잊은 채,
아무렇지도 않은 척, 괜찮은 척 지내다가
가끔 나도 모르게
그 코너 구석으로 몰아넣는 상황을 만들곤 했었던거 같다.
십여년이 지났는데도
그 때 불쌍하고 안쓰러운 내가 이제서 보인다.
오랫동안 혼자 감당해야만 한다고
책임을 안고가야만 한다고 버티던 내가 거기있었다.
이제는 좀 안아주고 보듬어주고
이겨내지 말고 슬퍼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나에게 누군가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일도 있을 수 있는거라고..
그넌 니 잘못이 아니야..."라고 말해주면 좋겠다.
"괜찮아 할 필요없다고..
안 괜찮은게 정상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