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에 있던 것들
오랜만에 동네 산책을 낮에 해 봤다
그래봤자 점심시간 동네 한바퀴,
언젠가는 떠나야할 동네인 걸 알게되니
새삼 우리의 흔적들이 떠올랐다
별다방에 아무도 없는 새벽에
단독사진을 찍었던 날,
눈이 펑펑 내리던 날
호텔잡고 실컷 놀다 걸어가며
눈밭을 구르던 밤,
심야영화를 걸어가서 볼 수 있었던 날들,
5분거리에 있는 한적한 절,
우리의 밤마실 단골코스
낮에는 붐비지만 밤의 고요함이 더 예쁜 우리 동네였다는 걸 새삼 알았다.
그리고 내가 여길 애착하고 있었다는 걸
어쩌면 그래서 아직까지도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덜 드는지도 모른다
조만간 가려질 하늘이 너무 아쉬워
지날때마다 사진을 찍는 나를 보면서
이 동네에서 지낸 20년을 다시 돌아보게 된 것 같다.
스무살 중반넘어 처음 알게된 이 동네에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걸,
이제 떠나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마주하게 될텐데 그럴 자신이 아직은 없는 걸지도
아니면 그 변화의 중심 속에 함께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떠나기 전까지
종종 돌아다녀줘야지~
아쉬워도 조만간 안녕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