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이 가져다준 행복

알게 되는 순간의 고마움

모두들 그대로였다

마흔일곱에 거의 삼십 년 만에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결혼 안 할 줄 알았던 친구가 갑자기 결혼한다는 소식에

아무것도 묻지 않고 행복한 이벤트가 생겼다는 사실에 신이 났다

아이들 키우느라 한동안 못 만난 친구들과 어제 본 것처럼 다시 연락을 트고, 그동안의 이야기와 우리 함께한 그때의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그도 모자라 결혼식 전날 호텔을 잡고 사십 대에 있을 마지막 이벤트를 즐기기 위해 각자 준비하기 바빴다

누군가는 다이어트에 돌입하고 피부과를 가기도 하며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친구의 결혼식보다 우리가 다시 다 같이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설려였다

“네 덕에 우리가 큰 선물을 받는다!” 모두 그런 마음이었다

전날 모인 우리는 밤이 새도록 수다를 떨고 우리 함께 했던 그때의 즐거움과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어린 감정들의 서운함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각자가 살아온 시간이 정말 다양하게 다름에도 타임머신을 탄 듯 그림처럼 그 옛날의 일들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그때의 감정들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신기했다

그러면서 주로 난 듣는 사람이라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

자는 둥 마는 둥 일어나 10분 만에 조식을 해치우고

예약해 둔 헤어메이크업을 받고 아주 여유롭게 식장으로 향했다

신부보다 먼저 도착한 우리는 텅 빈 식장에 자리를 잡고 다른 친구들이 오길 기다렸다

드디어 신부가 오고 결혼 예배가 시작되고 다행히 잠깐씩 기도의 힘을 빌러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십 년여 만에 신은 하이힐로 계단을 오르내릴때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만 했고

외박으로 바리바리 싸 온 짐을 두고 가지 않도록 양팔은 부조화스럽게 무거웠다

성스러운 결혼식이 끝나고 드디어 식당에 모여 앉아 다시 수다보따리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우리의 진짜 목적은 지금부터야!’ 하는 것처럼 모두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기 바빴다

이 친구의 이야기도, 저 친구의 이야기도 모두 한꺼번에 들을 순 없었지만 소리에서 들려오는 뉘앙스와 몸짓을 보며 그 삶들을 가늠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알았다! “이 또한 엄청난 자극이구나!”

이 즐거움 속에서 내 몸은 엄청나게 많은 신호들을 수용하고 처리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러면서 짧게는 중고등학교 6년

길게는 국민학교까지 12년을 함께해 온

우리의 시간 속에서, 내 말수가 줄어들고 혼자가 편하게 된 거 어쩌면 그 신호들을 처리할 능력이 부족해서였다는 걸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지금은 그나마 나를 좀 더 깊이 알고

내가 무엇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가는 중이라

이 정도의 관찰이 가능하지만

어린 시절의 나는

그 수많은 자극들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짜증이 나고 지치고 힘들어지면 이유 모를 화를 내거나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나만의 세계에 빠져

표정 없이 혼자의 시간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그때보다 훨씬 더 사회화가 되었으며

다양한 페르소나를 갖는 것에도 익숙하기에

선택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떤 것에 반응을 해야 하는지

흘려보내도 되는지 의식적으로 선택하지 않으면

내가 그걸 겪거나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흡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런 경향성은 알렉을 하면서 더 섬세해졌으며

수업에는 정말 큰 도움이 된다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알렉의 원리를 일상에 적용하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자각하게 되는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잘 조절하지 못하면 쉽게 피곤해지기도 하고

자극들이 흡수되면 소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쉬어야 한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

어쩌면 그동안 엄청 단조로운 생활을 해온 건지도 모른다

어제의 자극은 내 온몸의 신경들이 반짝반짝 빛을 내며 아주 활발하고 적극적이지만 가끔은 산발적으로 산만하기도 했다

그런 상태가 아주 오랜만이기도 했고 그 상황을 내가 몸으로 처리하는 동안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 서툴러서 듣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도 알았다

그러니 결국 시간을 보내고 나서 글로 표현할 수밖에!

이 프로세스가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로 상해의 만남도 이제 좀 이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