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달릴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요즘은 시간이 허락하면 '어딘가를' 달리려고 노력한다. '어디든지'는 아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가 생겨 '보는 것'보다는 내 몸이 맛볼 효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마음을 고쳐먹고 있긴 하지만.
휴일에 출근할 일이 생겨(흔한 일이다) 그동안 벼루고 있던 요요기공원을 달리기로 했다. 옷가지도 챙겨 회사로 향했다.
일이 내 손을 떠나니 6시가 넘었다. 밖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업무 연락은 달리면서 처리하기로 하고 일단 나가자.
사무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차에 가방을 넣어둔다고 해도 내 손엔 차키가 남는다. 이건 견딜 수 없다.
할 수 없이 요요기공원 인근의 러닝스테이션을 검색해 걷기 시작했다. 비를 맞으며 20분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생각하면서도 '비 오는 밤의 요요기 달리기'를 오늘 하기로 마음먹고 걸음을 재촉했다. 7시엔 비가 그칠 거라는 예보는 이미 틀렸고, 밤새 비로 바뀌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요기엔 달리는 이들이 있었다. 점심때 가끔 산책하면 들러 본 요요기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나무들은 역시 만족스러웠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녹색의 내음을 최대한 들이키려고 애썼다.
환할 때 걸으면서 느꼈던 것과 달리 요요기 일주는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단순하게 한 바퀴를 돌면 1.5킬로미터, 이리저리 연장하면 3킬로미터라는 듯했다. 풍경도 거리도 '조깅'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곳.
역시 달리는 도중 업무연락이 왔다. 휴대폰으로 일처리를 할 수밖에 없어 흐름이 끊겼다. 그래도 달리다 걷다 하며 두 바퀴가량을 돌았다. 비 오는 밤의 요요기는 고요하다.
새롭게 회원이 된 러닝스테이션은 복싱 체육관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었다.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다시 올 일이 있나 싶었다. 요요기 공원까지는 10분 정도를 걸어야 했다. 어느새 황거 앞 러닝스테이션의 접근성이 나의 기준점이 되었나 보다.
어디든 그렇듯 낮과 밤, 또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풍경과 감상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밤의 오쿠시부야도 많이 다르구나(퇴근 후엔 굳이 오고 싶지 않은 동네라서 밤에 올 일은 거의 없다). 이곳의 핫플 플루겐에서 사진만 열심히 찍다 가는 여행객들을 보면 늘 생각한다. 요요기를 한번 걸어보세요.
집으로 가는 길에 동네에서 포근한 돈지루 정식을 먹었다.
"괜찮으시면 가져가시겠습니까?" 오늘 소진해야 할 오니기리가 남았는지 두 개를 챙겨주신다. 잘 찾아보면 일본에도 이런 곳들이 아직 많이 있다. 아 얼마나 먹음직스러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