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에 대하여

금사빠가 꼭 옳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by 임정
조급함.jpg 조급한 마음에 나온 유격수의 실책


나 역시 성격이 꽤 급한 편이다. 처리할 일이 있으면 최대한 효율적이고 빠르게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미뤄두거나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단점이 되기도 한다. 그래 모든 것은 상대적인 면이 있으니 어찌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으랴. 어젯밤 책상에 앉아 독서를 하면서 공감 가는 문장을 만났다.


뭘 좀 아는 사람은 의외로 시 한 편 제대로 읽지 못할 겁니다.
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뭘 좀 안다는 것은 포괄적으로 나이를 많이 먹었거나 사회생활을 오래 했거나 제도권 교육을 긴 시간 받은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웬만한 지식들은 접해본 경우가 많으니 어지간해서는 새로움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조금만 읽다가도 흥미가 없거나 이미 알고 있는 주제라고 판단되면 건너뛰어 버린다.


그런데 나는 뭘 좀 알아서 시를 못 읽는 경우는 아니다. 성격이 급해서 읽지 못한다. 시라는 것은 밀도 높게 함축된 문장들이기 때문에 음미하고 또 음미해야 문장 뒤에 숨어 있는 빛을 볼 수 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속독으로 시를 읽어내려 가면 어떤 감상을 얻을 수 있으랴.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여전히 시 읽기는 힘들다.


며칠 전 뜻하지 않게 연애상담을 하게 되었다. 자기는 상대방이 좋으면 적극적이고 숨김없이 감정을 표한하는 게 싫다고 했다. '금사빠'라는 단어를 써가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물었다. "당신은 당신의 그런 모습이 좋은가요 싫은가요? 그랬더니 당연히 대답은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싫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의 조급함이 늘 문제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부딪히면 감정 통제가 잘되지 않는다. 물론 서로 이런 성격을 보완해 줄 수 있다면 쉽게 연애에 성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대부분 서로의 주파수와 속도가 맞지 않는다.


이럴 때에는 차라리 본인 일에 집중하고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상황을 주시하며 타이밍을 기다리는 편이 낫다. 뭐 그래도 잘 안되면 서로 인연이 아닌 거겠지. 하고 쿨하게 뒤돌아 제 갈 길 가면 그만이다. 연연하고 마음 졸여서 잘 되었던 적이 있었던가. 되돌아보면 답은 금방 나온다. 나 역시 이런 점이 매우 힘든 사람 중에 한 사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다 보니 과거와는 달리 감정 통제가 되고,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는 법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 아쉽지만 마음은 편하다.


삶에 있어 어느 순간은 불도저처럼 강력하게 밀어붙여야 할 때가 있고, 한걸음 물러나 관조의 태도를 취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늘 조급함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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