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왜 그래? 몸무게 늘었어?”
“......”
체중계에서 내려오는 아내가 입을 삐쭉 내밀었다.
“*1.6 킬로그램! 맞아?”
기회는 이때다 싶어서 나는 한마디 더 보탠다.
“아니거든! 나 오늘부터 간헐적 간식이야. 그리 알아.”
내 말에 발끈하여 대꾸하고는 웃을 주섬주섬 챙겨 입는다.
“간간이 단식은 아니구? 아! 맞다. 간신이 단식이 맞겠다.”
“......”
말 한마디 잘못해서 내가 ‘맞겠다’ 싶었다.
아내가 나를 째려보는 몇 번 안 되는 날을 요 입방정이 오늘 만들고야 말았다.
아내의 신변 보호와 나의 만수무강을 위해서라면 십의 자리 숫자는 ‘절대’ 공개할 순 없다. 그래도 분명한 건 4와 5, 그리고 6중에 확실히 있다. 나는 아내의 소수점 한자리까지 맞추려고 노력하고, 아내는 내 예측을 벗어나려고 노력한다. 고무줄 같은 신기한 몸이다.
결국 하늘이 감동했던 걸까. 피나는 노력으로 십의 자리를 바꾸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일의 자리라도 바꾸려는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는 데는 우리 회사 직원의 결혼식이 아주 주효했다. 결혼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결혼 날짜를 임박해서 알게 된 것이 신의 한수였다. 그랬다. 목표가 있는 삶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주었고 애타는 소원을 끝내 들어 주었다.
그렇게 잠 많던 아내가 이른 아침, 늦은 밤, 게다가 주말까지 나를 끌고 나갔다. 나더러 이렇게 살면 안 된다며 건강 복음 전도사가 되어 있었다. ‘세상에나 사람이 이렇게도 바뀔 수 있는 거구나.’
아내는 원피스를 3장 구입했다. 검소하고 손이 작은 아내가 또 이럴 수도 있구나 하며 놀라운 경험을 했다. 물론 아울렛 매대 한 브랜드에서 초저가로 나온 거라 가능했다. 몸무게가 본인의 타협 가능한 사정권에 들어오자 흐뭇한 기분을 아름다운 옷 쇼핑으로 정말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누가 봐도 명분이 충분했으며 그야말로 당당한 쇼핑이었다. 애당초 백퍼센트 만족이란 없었을 다이어트였기에 타협을 할 가능성을 미리 정해둔 게 또 주효했다.
일요일, 다소 이른 지금 이 시간에도 아내는 아침도 거른 채 거실에서 배를 연신 두들기고 팔뚝이 마음에 안 든다며 그 옛날 다듬이 방망이질 하는 정겨운 소리를 재현하고 있다. 왜 조물주는 인간을 이토록 힘들게 살아가도록 빚었을까. 아내는 과연 3장의 원피스를 낙낙하게 다시 입을 수 있을 것인가. 귀추가 정말 주목된다.
누구 또 급히 결혼 할 사람은 없는지 알아봐야겠다. 차선책으로 재혼이나 돌잔치라도 없는지 전화를 돌려봐야겠다. 결혼 기피 현상과 출산율 저하는 우리 집에도 절체절명의 위기로 다가오는 요즘이다.
도대체 입을 옷이라고는 정말 없다며, 옷장에 옷이 흘러 넘쳐나도 좋으니 아내의 근심을 누가 좀 사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