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어렵다. 에세이라는 형식의 글에는 일상에서 느끼는 깨달음이 녹아 있어야 한다는데 그 깨달음을 글로 담아내기가 쉽지 않다. 뭔가 거창한 깨달음이 있어야 글을 시작할 수 있다는 강박에 나도 모르게 ‘깊이에의 강요’를 받는다. 좋은 글을 쓰려면 생각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고들 한다. 이런 ‘깊이에의 강박’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워진다. 밥을 먹고 ‘아, 맛있다. 오늘 반찬은 정말 맛있구나.’하고 느끼는 것도 살면서 누리는 기쁨이다. 그런데 이런 깨달음은 그냥 일상에서 흘러가는 소소 함이라 여겨진다. 뭔가 남보다 특이한 사연, 거창한 깨달음, 감정의 정화과정 등이 찬란하게 펼쳐져야 훌륭한 글이 될 것 같은데 내 안을 아무리 후벼 파봐야 그런 것은 없다. 나는 쉽게 쓰이는 글, 쉽게 읽히는 글, 그러면서도 일상에 대한 소중함과 행복을 느끼게 되는 그런 편한 글을 쓰고 싶다. 그런데 그런 글은 깊이가 없다고들 한다.
[시노다 과장의 삼시 세끼]라는 책이 있다. 시노다 나오키라는 사람이 쓴 책이다. 그는 23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그날 먹었던 점심식사를 그림으로 그리고 감상을 적었다. 처음엔 글만 있었지만 나중엔 그림을 곁들였다. 점점 더 발전하는 그림 실력을 보는 것이 꽤 재미있다. 내용은 간단히 적은 음식에 관한 감상과 그림이 전부이다. 하지만 대학노트에 꾸준히 그리고 적은 그날의 기록이 엄숙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한 사람의 역사가 고스란히 책에 담겨있다.
그렇다! 열쇠는 꾸준함이다. 무엇을 쓰든지 쉬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글쓰기를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소설가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책을 쓴다는 것은 찰나의 영감이 아닌 끊임없는 노동임을 강조한다.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를 꼭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시작하세요! 당신은 할 수 있고 해야 하면 시작할 용기가 있다면 그렇게 할 겁니다.’ ‘당신의 뮤즈를 기다리지 마세요. 대신 뮤즈가 몇 시까지 오면 되는지 알려주세요.’ 결국 작가가 되고 싶다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한다. 깊이가 있는 글이면 더 좋겠지만 나는 우선 소소한 행복을 담은 글을 꾸준히 써야겠다. ‘깊이에의 강요’를 툴툴 털어버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