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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니 Sep 26. 2023

내가 별다방에서 쫓겨난다면

오늘 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노인이 카페에 커피 한 잔만 시켜 놓고 오래 앉아 있었더니 카페 주인이 노란 메모지에 쪽지를 적어 주었단다. 쪽지의 내용은 이랬다. ‘고객님 매장 이용 시간이 너무 깁니다. 젊으신 고객님들은 아예 이쪽으로 안 오고 있어요.’ 늙은이가 앉아있으니 젊은 분들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내 기준으로 판단한다면 해당 고객의 문제는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서 재주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매장 측에서는 고객의 나이를 문제 삼은 것이다.


얼마 전에 실린 기사 내용은 이렇다. 붐비는 커피숍에서 노인이 혼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자 젊은 손님 두 명이 그 노인에게 다가가 '여기는 젊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곳인데 자리가 없으니 나가 달라.'라고 말했다. 노인은 당황하며 주섬주섬 나가려고 가방을 챙기는데 주위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노인의 역성을 들어주었다고 한다.


노인 차별이 정말 심각하다. 차별을 넘어 혐오하는 수준이다. 누구나 늙음을 싫어하고 노인 자신들도 늙음을 슬퍼한다.


그래서 이런 발명품이 있다면 어떨까 한번 생각해 봤다. 이름하여 {사회 공헌도 기계}! 이 기계의 주요 기능은 이러하다. 공항 검색대처럼 생긴 기계에서 노란빛이 나오는데 이 빛을 통과하면 그 사람의 사회 공헌도가 자동 측량된다. 그 공헌도에 따라 주름살도 펴지고 키도 왠지 커지고 날씬해진다. 머리털도 풍성해진다. 한마디로 외모가 젊어진다. 이 사회 공헌도 기계만 통과하면 말이다. 우리나라를 구하신 전쟁영웅들은 죽을 때까지 젊은 외모로 살 수 있다. 전쟁 후 황폐해진 우리나라를 세계 13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대단한 나라로 키워내신 우리 부모님들도 노인차별 없이 젊게 사실 수 있다. 이 기계가 발명되면 사람들은 젊은 외모를 간직하고 싶어서 또는 다시 젊어지고 싶어서 자신의 사회 공헌도를 높이려고 노력할 테니 우리 사회는 더 좋은 사회가 될 수 있다.


연필로 허접하게 그려본 사회 공헌도 기계


이 제품이 실현될 가능성은? 글쎄…. 난 이과가 아니라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어렸을 땐 ‘전기로 가는 차’는 SF 소설에서나 나오는 것이었다. 바라건대 내가 더 늙기 전에 누군가 이런 기계를 발명해 주었으면 한다. 언젠가 내가 별다방에서 쫓겨나는 일이 생긴다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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