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처음 스케치북을 펼쳤던 날을 기억한다. 손에 든 건 문구점에서 산 평범한 스케치북 한 권과 오래된 연필 한 자루였다. 그날은 이유 없이 무언가 그리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왔다. 망설인 끝에 종이 위에 선 하나를 그었고,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묘한 설렘이 피어났다.
그 이후로 스케치북은 내 곁에 머물렀다. 매일 몇 분씩 시간을 내어 그림을 그렸다. 특별한 것을 그릴 필요는 없었다. 책상 위에 놓인 찻잔, 창밖의 나무, 식탁에 놓인 귤 한 알까지. 때로는 그저 감정을 선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삐뚤삐뚤한 선과 점들 속에서 나는 잊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림은 나를 위한 시간이 되었다. 잘 그려야 한다는 부담이 없었기에 오히려 자유로웠다. 종이 위에서 손이 움직이는 대로 마음이 따라갔고, 그 과정에서 걱정과 불안은 잠시 사라졌다. 완벽하지 않은 그림 속에서 나는 완벽하지 않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스케치북을 고르는 과정도 생각보다 중요했다. 처음에는 그저 아무 종이나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쓰임새에 따라 스케치북이 주는 감각이 달랐다. 매끈한 종이는 색연필의 섬세한 선을 살려주고, 약간 거친 종이는 물감이 잘 어울렸다. 그래서 나는 그림 도구와 종이의 질감을 신중히 고르기 시작했다.
처음 스케치북을 고르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너무 비싼 것은 필요 없다. 마음 편히 낙서하듯 시작하려면 부담 없는 가격대가 좋다. 종이의 질감을 확인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매끈한 종이가 편하다면 일반 스케치북으로, 조금 두꺼운 재질이 좋다면 도화지 느낌의 스케치북을 선택하길 추천한다. 크기도 중요한데, 일상에서 가볍게 들고 다니고 싶다면 A5 크기가 적당하다. 집에서 여유롭게 그리고 싶다면 A4 이상도 좋다.
스케치북을 잘 고르고 나면, 그것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나만의 쉼터가 된다. 내가 고른 스케치북 위에 첫선을 그을 때, 그 작은 선이 내 마음을 기록하고 치유하는 첫걸음이 된다.
혹시 당신도 스케치북을 펼쳐볼 용기를 내고 싶다면, 지금 바로 문구점에 들러 스케치북 한 권을 골라보길 바란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선들이 당신의 일상을 조금씩 바꿔줄 것이다. 스케치북 한 권이 당신에게도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