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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세 번이나

by 김제니

하루를 보내는데 세 번이나 뭔가를 입에 넣어야만 한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마시는 것은 정수기에서, 생수병에서, 수도꼭지에서 넘쳐나니 문제가 되지 않지만 늘 배달을 시키는 것이 아닌 이상 먹을 것을 준비하는 일은 만만치가 않다. 재료를 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둘째 치고 일단 마음에 드는 먹거리를 고르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한다. 시장이든 마트든 편의점이든 집을 나가야 한다. 집순이인 나로선 그부터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고 먹거리를 배달시키자니 신선도가 의심되어 못내 찜찜하다.


먹거리를 사 오고 나면 그때부터 또 일이다. 다듬고 썰고 손질하여 여투어야 한다. 방송에 자주 나오는 스타 셰프 최현석은 모든 음식이 2분 안에 준비될 수 있도록 ‘PREP’을 해 놓는다는데 집의 주방은 영업장처럼 넓은 게 아니니 그렇게 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삶은 계속되고 때가 되면 배는 고파진다. 두 차례 같은 국을 해주면 표정부터 글러가는 식구가 둘이나 있다. 그래서 이 만만치 않은 일을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하기 위해 꾀를 내기 시작했다.


아기 입맛인 남편을 위해 돈가스, 미트볼, 메추리알 장조림과 흰쌀밥을 곁들인 밀 키트, 아저씨 입맛인 아들을 위해 이런저런 찌개와 국에 돼지 두루치기와 불고기를 담은 밀 키트, 나를 위한 각종 나물 반찬을 담은 비빔밥 밀 키트를 도시락처럼 만들어 3-4일 치 씩 쟁여 놓는다. 급할 때 요긴한 볶음밥용 야채, 짜장, 카레용 야채를 용도별로 손질하여 지퍼 백에 담아 얼려놓고 아침저녁으로 물에 타서 가볍게 마실 수 있는 각종 과일 청들을 작은 유리병에 담아 냉장고에 저장해 놓는다. 각종 먹거리들이 종류별로 보관되어 있는 냉장고를 들여다보면 내가 참 다람쥐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입에 들어가는 것이 뭐라고 이렇게 시간과 정성을 들이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남는 시간에 또 무얼 할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삼시 세끼 때마다 정성을 들인 것을 입에 넣어주면 배시시 웃는 식구들의 얼굴. 이거다. 이 웃음을 보려고 기를 쓰고 철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콩을 골라 불리고 삶아 콩물을 내린다. 청양고추를 종종 썰어 다진 양념을 만들고 멸치 다시를 내어 칼국수도 끓인다. 내 손으로 만든 음식을 볼이 통통해지도록 잘 먹어서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이가 곁에 있는 것도 내 인생의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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