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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ongho Sep 05. 2021

집 앞 카페의 3번째 개업식을 바라보다.

카페는 창업 3년 내 85% 이상의 폐업률을  자랑합니다.

혹시 모를 오해를 없애기 위해 어떠한 사진도 올리지 않겠습니다. 남 걱정할 바는 아니지만 집 앞 카페 하나는 3년 사이에 주인이 3번 바뀌고, 개업식을 3번 했습니다. 정확하게 1년마다 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 3년 사이에 주인이 3번 바뀌었으니 어느 상황인지 유추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처음에는 동네의 흔한 제2금융, 제3금융 같기도 한 들어본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한 프랜차이즈 컨셉의 카페였습니다. 왜 그 카페가 기억에 남았냐면, 제 출근길에 있는 카페이기도 했고, 제가 출근하는 7시 40분~50분 사이면 이미 주인분이 카페를 열고 청소, 환기 그리고 오픈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원두는 레인포레스트 인증을 받은 원두를 쓴다는 작은 입간판 같은 것도 있었습니다. 인테리어는 2000년대 초반쯤의 어두운 월넛, 우드 계열, 노란 백열등. 40대 여성 분으로 보였는데 그 성실성에 몇 번인가 감탄했었습니다. 관공서 바로 앞 골목이라 점심 장사가 쏠쏠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실제로 본 적은 없으니 알 도리가 없습니다.


그분의 커피를 마셔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많고 많은 카페 중 하나였고, 외관으로 볼 때 딱히 가야만 하는 기분을 느끼지 못했으니까요. 그렇게 1년 하고 반쯤 보았을 겁니다. 가게는 다른 사람에게 나갔는지 아침 일찍 인테리어를 철거하고 있었고 새하얀 인테리어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바뀐 카페는 이케아의 가구 몇 개와 하늘거리는 흰색 커튼, 그리고 매장 앞을 빼곡하게 막아선 엑스배너 등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오픈하는 시간은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 제가 출근하고 난 뒤에 오픈하셨겠죠.


가끔 배달 앱을 켜서 이리저리 먹을걸 찾다 보면 그 카페의 이름이 떴습니다. 크로플, 무슨 빙수, 마카롱, 또 무슨 계절 유행 음료, 시그니처 음료라고 부르는 것들. 오픈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카페의 작은 테라스에 다양한 개업 축하 화분이 놓였습니다. 대학의 과 선/후배들이 보낸 것처럼 보이는 개업 축하 문구, 친한 친구/가족들이 보냈을 거라 짐작되는 문구 등이 보였던 기억이 있습니다. 문구들은 인터넷에 유행하는 밈 따위도 있었고 대박, 부자, 돈, 맛집 등의 단어들이 많이 들어있었습니다. 그 화분들이 조금 시들해질 무렵 코로나가 우리 곁에 왔던 것 같네요.


그리고 한 두어 달 전, 그 하얗던 인테리어를 가진, 문맥에 맞지 않는 문장을 상호로 내건 카페는 사라졌습니다. 아침 일찍 인부들이 인테리어를 바쁘게 철거했고, 이번에도 화이트톤이지만 다양한 화분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꽃집의 꽃 냉장고(정확히 이걸 뭐라고 하면 좋을까요?)가 들어왔습니다. 플라워 카페! 얼핏 본 장비는 브랜드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중저가의 커피머신이었습니다.


이쯤, 이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출퇴근 길에 써야지 하다가 써도 괜찮을까 하고 잊어버린 척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시간이 나면 생각이 났죠. 3년 사이에 개업을 3번 한 자리. 제가 부동산을 많이 아는 건 아니지만 저런 자리에는 장사할 곳이 아닌가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마 돌아오는 월요일 출근길이면 개업 축하 화환이나 화분들이 또다시 똑같은 테라스에 똑같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실제로 목도하면 현기증이 날지도요.


커피를 하면서 제법 많이 주고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중에 카페 하실 건가요?"

"아뇨, 미쳤어요?" 커피 하는 사람들도 이럽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에 '내 카페' 하나 차리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구요. 카페를 하고 싶다기보다, 내 공간을 갖고 싶은 걸 수도 있습니다. '특정하기 힘든 무언가를 하지만 공간만큼은 카페'인 사업장 말이죠. 


저는 편협하게도 몇몇 장비 브랜드를 혐오에 가깝게 싫어합니다. 정확히는 해당 브랜드로 채워진 카페를 가지 않으려 한다가 맞습니다. 분명 누군가는 열심히 개발하고 수입해서 판매하는 걸 텐데, 어느 특정 브랜드의 제빙기와 커피 그라인더, 커피 머신을 보면 '어? 이거 누가 들여오는 건데' 라던가, '아 이거 누가 영업/컨설팅했나 보구나'하고 유추할 수 있어서 그럴 겁니다. 가격적으로나 성능으로나 모자랄 것 없이 잘 자리 잡았음에도 그저 제 삐뚤어진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혼자 심술보가 난 겁니다.


좋은 원두를 써서 커피를 더 맛있게 만들면 좋지요. 훌륭한 장비로 커피를 더 균일하게 뽑으면 역시 좋지요. 하지만 쉬는 날도 없이 매일 매장을 나와서 하루 10만 원 내외의 손익을 가져갈 수 있을지 없을지 고민하는 건 우리 모두가 원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조금 슬퍼지기도 합니다. 제가 그 산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조금 더 윤리적인 책임의식을 갖고 일하는 건 맞나 하고서 되물어보면 딱히 답을 못 내리겠어서요.


그래서 명확한 본인만의 철학이나 컨셉이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으로 '커피컨셉'이라고 지었습니다만 마땅히 그 컨셉을 지금도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너라면 어떻게 할 건데'라는 질문에 거꾸로 저는 이렇게 묻고야 마는 겁니다.

'왜 카페를 하시려는 건가요?'


커피머신과 그라인더만 하더라도 괜찮은 창업 패키지로 200~300만 원이면 구매를 합니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카페가 무엇인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건지에 대한 질문부터 던진다면 '인테리어 용 장비'로 쓰더라도 거하게 돈을 쓸 건지, 아니면 아예 에스프레소 머신 없이 할 건지도 고민해볼 수 있는 문제 아닐까요. 그런 측면에서 저는 기기로 내리는 커피가 필요한 공간과, 사람의 노동력을 갈아 넣어야 하는 컨셉 방향부터 맞추고자 합니다. 때론 제가 사랑하는 여러 전자동 커피머신을 추천하기도 하구요.


가급적 A4 한 장에 들어오는 글을 쓰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서 길어지기만 하네요. 계속 고민입니다만, A4 한 장으로 끊기는 글을 계속해서 쓸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고, 표현은 서투르고 그래요.


어쨌든 오늘의 하고 싶은 말은, 부동산 전문가와 카페 창업 전문가들에게 묻고 싶은 겁니다. 3년 동안 개업/폐업을 3번째 한 자리인데 카페 차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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