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각 훈련이 필요합니다
커피라고 하면 쓰다고만 느낀 당신! 이제 그 쓴맛을 확실하게 바꿔드릴 테니 잘 따라오세요.
우선 스타벅스부터 시작할까요? 아니면 동네에 있는 메가커피, 컴포즈, 더벤티도 좋습니다. 앗 이디야랑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도 있군요. 아아 빽다방도 있고……
일단 대형 프랜차이즈의 커피 두 잔을 사 오세요. 두 브랜드의 매장이 서로 멀지 않아야겠고, 사들고 집으로 오기까지 음료의 변질이 적어야 하니 여간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이 실험은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제일 좋습니다.
이제 두 아메리카노를 번갈아 드셔 보세요. 아주 조금씩요. 후루룩하고 소리를 내도 좋고 조용히 입안에 커피를 굴려보고 삼키거나 뱉아도 됩니다. 우리는 두 커피에서 느껴지는 향과 맛을 공감해볼 겁니다.
참깨 같은 고소한 냄새, 어딘가 그슬린듯한 탄내와 쓴 맛, 심하면 크레파스나 고무 타이어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마치 피를 핥은 것처럼 느껴지는 쇠맛이나 입안에 까끌거리게 남는 미분감, 혹은 어릴 적 이유 없이 질겅거렸던 종이나 화장지의 맛, 나아가서는 기름지게 혓바닥을 감싸는 마우스 필, 혹 기름진 견과류가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피칸 같은. 아니면 초콜릿이라고도 생각이 들겠죠. 삼키고 나서 올라오는 단내음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은 복잡한 감각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둘 다 마음에 안 드나요? 그도 아니라면 어느 하나는 제법 마실만한가요? 앞서 이야기한 부분은 제가 커피를 마실 때 느끼는 여러 감각 종류를 나열한 겁니다.
제조된 음료의 향기, 코와 입으로 들어올 때의 향미와 촉감, 입에 머금었을 때 느껴지는 질감과 농도, 막 마시자마자 느껴지는 혀의 감각, 이후 비강을 통해 끌려오는 후미 또는 입안에 남아있는 애프터 테이스트까지. 정확하게는 이런 것들을 망라하여 평가하는 스코어 보드가 있지만 차차 알아가도록 하고요.
지금 여러분이 사 온 프랜차이즈의 커피에선 대다수 쌉싸름하다, 구수하다, 살짝 느끼하다(예민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해당될 겁니다), 마실 때 깔끔한 쓴 맛이다 하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만들려고 했고 실제로 그렇게 제조가 되었으니까요. 가급적 부정적인 표현은 배제했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의 감각 경험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것들을 나열해봐도 좋습니다.
보통은 콜롬비아와 브라질을 블렌딩 한 프랜차이즈 커피의 맛이란 이런 겁니다. 그렇다고 나쁘게만 폄하하진 말아주세요. 모두의 기호를 만족하긴 어려운 것이고 이제 여러분도 인생 커피라고 할 수 있는 ‘와 맛있다 이게 뭐지’하는 커피를 찾는 첫 번째 발걸음을 겨우 내디딘 거니까요.
어떤가요? 어렵지 않죠? 용기가 조금 더 있으신 분이라면 댓글로 본인의 경험을 나누어주시면 더욱 좋고요. 어디까지나 취미로서 커피를 접하는 과정이니 부담 없이 작성하셔도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