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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Nov 18. 2023

분명 무슨 날이었는데

2023년 11월 18일 

어떤 날은 분명 무슨 날이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10년 전에 사이가 멀어진 친구의 생일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닌데. 혹시 수능날이었을까? 검색해서 찾아보니 첫 수능날이다. 첫 수능이 있다는 건 두 번째 수능도 있다는 말이 된다. 원하지 않게 두 번째 수능을 본 이유는 첫 정시에서 10개 지원하고 10번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갈 대학이 없는 인문계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건 재수밖에 없었다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대학이 다 떨어져서 슬픈 줄만 알았지 학원비 식비 차비에 용돈까지 주셨던 부모님 등골이 휘어졌단 건 한참 뒤에야 알았다. 

  

 여전히 엄마가 깎아주는 사과를 먹고 아빠에게 주말 점심을 차려드린다. 주말에만 빨래를 하고 하숙집처럼 집을 쓰는 딸이지만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주어지는 달콤하고 씁쓸하고 무거운 무언가를 먹으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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