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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Nov 30. 2023

성실하지 않기로 마음 먹기

2023년 11월 30일

 나는 게으른데부지런하다. 매일 해야하는 일을 강박적으로 해낸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수영을 하고 영어학원에 다니는 직장인은 아니지만 나름의 루틴을 철저히 해내는 편이다. 모두가 나를 보며 성실하다고 하는데 뒷켠에는 두려움이 있다.

 

 우리 아빠는 오랜 기간을 무노동자로 있었다. 엄마는 아침일찍 출근해서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왔다. 늦게까지 엄마를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그 뒤에 일을 하더라도 아빠는 몇십배의 돈을 하루만에 잃었다. 가난보다 가난하게 된 과정이 부끄러웠다. 부끄러움을 자체가 죄책감으로 이어졌고 내가 다르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무엇이든 성실하게 해내고 기왕이면 경제활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되어야만 한다고.


 성실을, 아빠와 닮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것 보다 꾸준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고 루틴 몇개를 접었다.루틴 몇개를 접는다고 해서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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