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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Jan 13. 2024

주말은 늘 오랜만이다.

2024년 1월 13일

 어린이집- 특히 영아반에서 보내는 일과는 단조롭다. 등원하고 자유놀이를 하거나 수업하고 놀다가 신체활동하고 손 씻고 화장실 가는 친구들 데리고 화장실 다녀왔다가 책 읽어주고 배식하고 식사지도하고 양치시키고 기저귀 갈아주고 낮잠을 재운다. 양 쪽에 아이가 누워있을 때 쓰담쓰담하면 손에 졸음이 묻어난다. 한 시간 안팎으로 휴게 할 때 창고 가서 멍 때리거나 다른 반 교실에서 피아노 치고 온다. 키즈노트 쓰고 못다 한 서류작업 하다가 아이들 간식먹이고 기저귀 갈고 정돈하고 놀다가 하원지도를 한 뒤에는 공동업무를 하거나 못다 한 서류 작업, 행사준비, 다음 주 수업 준비, 원장님이 시킨 일, 교실꾸미기, 청소등을 한다. 대략 하루에 7시간 정도 아이들과 보내는데 보내고 난 뒤에는 좀비처럼 걸어 다닌다. 단조로워 보이지만 매일 다른 월화수목금을 보내고 나면 주말은 실제로 짧고 오랜만이다.

 왼쪽 벽 대리석 위로 늘어난 창 모양으로 볕이 든다. 창 아래로는 개미처럼 작아 보이는 사람들이 움직인다. 화장실 갈 시간도 물 마실 시간도 부족했던 평일과 달리 모든 게 늘어진다.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기대도 하지 않고 최대한 담담하고 싶지만 소망은 소망이어서. 실망 때문에 기대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맑고 밝은 마음으로 적당히 기대하고 오늘 하루에 집중하면서 사는 건 동화 속에서 나오는 공주와 왕자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처럼 꿈같은 문구다. 공주는 아니지만 인생을 주관하시는 분을 믿는다. 잘 사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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