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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Oct 18. 2024

배가 부른데 허기질 때

2024년 10월 18일

 동네 마켓에서 250g 연어를 9,900원에 구입했다. 면과 물이 가득 차있어 말캉한 콩비빔면 상단을 가위로 싹둑 자르자 속에서 물이 솟아 흘렀다 채반에 부어 물을 빼고 깊은 그릇에 면을 넣고 엄마가 만들어놓은 냉면다대기를 2스푼. 손바닥만 한 초록색 깻잎과 크기가 제각각인 청양고추도 가위로 송송 자르고 연어까지 썰어서 올려놓았다. 단백질로 가득한 점심을 먹고 나니 분명 배는 부른데 입이 허기졌다.

  이게 정서적 허기인가. 왜 허기질까? 생리 전이라 그런 걸까? 망설이다가 냉장고에 있던 손가락 2마디만 한 초콜릿 비스킷을 하나 꺼냈다. 먹어 말아. 봉지를 까보니 초콜릿으로 배가 그려져 있던 모양이 녹았다가 다시 얼어서 초콜릿쉘처럼 매끈했다.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날이구나. 물로 배를 채워봤지만 위에서는 누군가 온몸을 대자로 만들어 양손과 다리를 뻗어 공간을 늘렸고 입에서는 무언가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음식을 사랑하지 않고 멀어지고 싶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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