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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제리 3시간전

화가 날 때는 도망가기

2024년 11월 23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자 불편함이 생긴다. 아니 사실 시간보다는 내면이 문제다. 작은 일에도 화가 나는 건 분명 적신호다. 상황이 아니라 내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라는 경종이 울렸다. 가쁜 호흡을 내쉬고 고개를 숙인 뒤 바깥으로 나갈 채비를 하고 문을 나섰다. 찬 바람이 어느 정도 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아빠가 준 외투를 입고 나왔다.



밤공기가 생각보다 찬만큼 잠바도 예상보다 보온효과가 굉장했다. 어쩐지 뜨끈한 코코아가 먹고 싶어 져서 동네에 있는 카페에 왔다. 지하에 있는 곳인데 저마다 마주한 건 사람 얼굴이 아니라 화면이다. 나도 아이패드를 챙겼으니 이들과 어울리기 몹시 적절하다.


 이 카페를 다시 올 일은 없을 줄 알았다. 몇 년 전쯤 와서 소리 내어 엉엉 울었던 이후로 다신 안 올 줄 알았는데. 역시 다신, 절대라는 강조하는 부사를 문장에 넣어 다짐하는건 클리셰 버튼이다.

 


 화가 나면 일단 자리를 뜬 후에 다시 돌아와서 차분히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늘 실수가 많은 나는 억지로 감사도 해보고 달다구리한 핫초코도 마셔보며 지나갈 감정을 붙잡지 않고 보내주었다.

 

구워줄 수 있음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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