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백수일기_3

나는 슬플 때 글을 써.

by 김제리

선풍기를 틀어도 방 온도는 31.2도다. 엉거주춤하게 침대에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액체처럼 침대에 녹아져 있다가 집을 나섰다. 너무 더워 카페로 가고 생리대도 사온다는 내게 엄마는 음료값을 줄 테니 다녀오라 했다. 카페에 와서 6300원짜리 음료를 시키고는 잽싸게 은행어플을 켰다. 얼마를 보내줬을까. 다른 계좌로 보내줬는지 확인했다.


2023년 7월 1일

이O숙 30,000원 입금.


음료값을 훨씬 웃도는 금액이다. 그 아래에도 입금자는 엄마다.


2023년 6월 28일

이O숙 25,000원 입금.


이날은 엄마가 인터넷쇼핑으로 장건강비타민을 시켜달라고 한 날이다. 원금은 22,500원인데 덤으로 넉넉히 돈을 보낸다. 엄마는 내가 백수가 된 뒤로는 천 원 단위에서 올려서 돈을 보내줬다.


어제는 같이 시장에 갔는데, 돌아오는 길 커피를 한 잔 같이 사서 나눠먹기로 했다. 키오스크를 연습하던 엄마는 의자 위에 머리카락이 그대로 붙어있다며 질색을 했고, 마주편 의자에 앉았다


손님이 없어 곧 나올 것 같아서 서서 기다리던 중에 엄마는.


"넌, 돈도 없고 직업도 없고 결혼도 못했고, 남들 다 결혼할 때 뭐 했니. 니 친구들은 다 애기 있지?"

"응, 애기 있어. 둘이나."

"너는 나이만 먹고... 어떡하냐."

"엄마 그렇게 맞는 말만 해서 할말이 없는데, 나이먹는 건 좋은거야." 죽으면 나이 먹지도 못해. 라는 말은 꾹 삼켰다.


때마침 음료가 나왔고, 카페직원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엄마는 내가 어젯밤 걱정하던 대사 그대로 내 앞에서 읊었다. 요새 내가 나를 보는 시선 그대로다.


6300원짜리 음료를 마시면 카페에 얼마나 있어도 될까. 만석이 아니니까 더 있어도 되지 않을까 고민을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언제까지 백수일지는 모르겠다. 공황장애 재발 없이 직장에 적응할 수 있을까. 의문만 남은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의 미소를 보는 일은 즐겁다. 물방울무늬 무늬 원피스를 입은 한 여자분이 두 딸과 카페에 왔다. 어느 정도 큰 두 아이는 조용히 만화책을 읽고, 두 딸의 엄마는 그네들을 쳐다보며 조용히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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