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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유 Ayu Dec 20. 2023

실패해도 잃을 거 하나 없다

원하는 것을 정제해 나가는 과정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그만두었다. 쇼츠나 릴스를 무한 재생하다가 뺏기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 정도면 중독이지 않나... 스스로 돌아보다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린 특단이다.


우선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활성화했는데 처음 하루 이틀은 '오 역시. 정신이 훨씬 말끔하군. 오 역시, 강단 있게 행동한 나 자신 너무 기특해.' 이런 생각에 어깨 뽕이 한가득 차올랐다.


1주일이 지나니 문득문득 인스타그램이 그리웠다. '아, 왠지 인스타그램을 안 하니 친구들과의 연결감이 약해진 느낌이네. 애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다.' 이런 생각이 불쑥불쑥 찾아왔고, 결국에 2주 만에 인스타그램을 재접속해서 2주간 밀린 글을 집중해서 훑었다.


인스타그램을 재접속하고 게시물을 보면서 느낀 것이라면 '별거 없네. 이런 금단현상이라니. 찐 중독이구먼.'을 깨달았을 뿐 ,,,, 그리고 또 1주일 후 계정 비활성화를 하고, 2주 후 또 재접속을 해서 눈팅을 하다가 다시 비활성화로 돌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언젠가 또 어떠한 이유나 핑계로 인스타그램을 재접속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나는 인스타그램을 그만두었다고 말하려고 한다. 왜냐면, 이걸 실패해도 잃을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결심하고 정보를 찾다 보니 누군가의 조언이 눈에 들어온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다이어트를 한다고 주변에 선언하란다. '그래! 좋은 생각이야!'라고 강제성을 설정하기 위해 주변에 다이어트를 선언한다. 그리고 어쩌다 한두번세번네번다섯..... 다이어트 계획에 실패하는 순간들이 생긴다. 그걸 보고 사람들은 말한다. '에헤이, 다이어트한다더니 실패네~~'


이런 일을 겪은 이런 생각을 한다. '아, 괜히 주변에 알려서 창피만 당했네.' 이 순간 우리는 가벼운 죄책감을 느낀다. 그리곤 이 불쾌한 정서를 느끼지 않으려고 목표한 바를 주변에 알리고 선언하는 것을 꺼리고 숨기기 시작한다.


주변에 알리지 않고 혼자만 수행하면 다를까? 그렇지 않다. 죄책감이라는 정서는 외부 사람들에 의해서 심어진 감정이 아니다. 사람들의 지나가는 말을 내면에서 받아들일 여지를 줌과 동시에 내면에서 일어나는 후회와 회한 등의 정서이다. 즉, 우리는 목표를 세우고 누구에게 알리지 않더라도 한두 번 다짐을 실패했을 때에도 그러한 불쾌한 정서를 느낀다. 그리고 이런 혼잣말을 할지도 모른다. '에효, 네가 그렇지 뭐. 네가 뭐...'


이런 감정을 반복해 겪다 보면, 원하는 것 또는 목표를 생각하는 순간 실패했던 지난날의 기억들과 그에 내재된 불쾌한 감정이 함께 떠올라, 쓰라린 패배감을 회피하려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감각이 무뎌진다. 원하는 게 없거나 모르는 게 아니라, 시도조차 할 용기를 못 내는 것이다.




물질세계만 놓고 보면 말이다. 목표를 세팅하고 그걸 향해 달리다가 놓치더라도, 실수를 하더라도, 실패하더라도 하나도 잃은 게 없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하루 이틀 스스로에게 유익한 것들을 더하면 더 했을 뿐, 잃은 건 하나도 없다.


우리가 실패를 부정적인 것이라고 인식하는 이유는 실패를 부끄러운 것이라고 판단하는 그릇된 믿음에 있다. 실패는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다. 달리 말하면, 실패는 원하는 것을 발견했기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간절함이다. 또한, 그 실패의 원인을 담담히 분석해 본다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재설정할 수 있는 힌트가 되기도 하다.


초반에 언급한 예시로 돌아가보자. 난 최근에 인스타그램을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지만, 2번에 걸쳐 재접속을 하고 확인을 하면서 '아, 또 실패했네. 역시 난 안돼. 난 그냥 멍하게 살면서 중독에 빠질 건가 보다.'라고 자책하거나 나에게 죄책감을 심지 않았다. 그 대신,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인스타그램을 할 때 나의 감정을 온전히 살폈다. 그리고 빠르게 흘러가는 상업광고 속에서 나를 보호하고 싶다고, 그것들과 분리되고 싶어 하는 감정을 느꼈다. 그런 감정을 명료하게 바라보고 나니, 인스타그램이라는 중독과 집착에서 멀어져야겠다는 목표는 나를 보호하고 싶다는 동기로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걸 할 때 내적으로 싸우듯 나를 보호하고 싶어 하는구나.'라는 힌트를 얻고 나니, 인스타그램을 끊겠다!!!라는 표면적인 목표를 성공하냐 실패하냐에 대한 중요성이 사라져 버렸다. 현재 내가 이런 목표를 세웠던 이유는 나에게 주어진 유한하고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비축하고자 한 것으로 귀결되었고, 나중에 멀리 있는 친구들과 연락할 수단으로 필요하다면 다시 접속하고 사용하는 방향으로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가뿐한 마음으로 이를 바라보게 되었다.




목표의 경중을 떠나 무언가를 시도해 보고 싶다면, 차라리 목표 설정과 동시에 실패를 인정해 보자. 이 과정 중 실패하는 순간들이 몇 번 있겠지만, 실패로 인해 나를 채찍질하고 죄의식을 심어주는 대신, 힌트를 발견할 기회로 관점을 돌린다면, 보석을 세공하듯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정제하고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무언가 하나 꾸준히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면 좀 어떠한가? A를 해보다가 그만두었다면, 적어도 내가 그거랑 잘 안 맞았다는 걸 발견했으니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릴 기회를 또 얻은 걸 텐데. 그렇게 B도 해보고, C도 해보다 보면 경험을 통해 내가 애써서 에너지를 쏟아야 할 때는 이런 기분을 느끼고, 진짜 원해서 무언가 할 때는 이런 기분을 느끼는구나. 하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아가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목표를 세우는 단계 전에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면, 일단 나의 바운더리를 넓혀놔야 한다.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다고 온전히 스스로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맛으로 구성된 아이스크림 선물세트의 주인이 된 것이다. 원하는 것을 찾고 실현하는 여정을 많고 많은 무수한 선택지를 하나씩 맛보고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는 게임처럼 바라보자.


수십 개의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버리면 음식물 쓰레기라도 나오지, 무언가 해보다 말다 하는 데에는 쓰레기도 나오지 않는데…… 그러니 말이다, 실패해도 잃을거 하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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