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도 존중해보기
아쉬탕가 요가를 매일 수련하던 시절, 늘지 않는 아사나를 연습하며 늘 하던 생각이 있다.
‘그냥 매일 이대로만 수련하면, 언젠가, 1년이 되든 5년 후가 되든, 언젠가 성공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꼭 이렇게 스스로 다그치며 수련해야 하나?’
이런 생각이 켜켜이 쌓이다 보니, 몸을 가볍게 움직일 만큼 마음이 가볍지 않아 수련을 그만두게 된 것이다.
요즘 스페인에 지내면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 있다.
거기서 뭐 해?
일은 안 해? 돈은 어떻게 해?
스페인어는 이제 많이 늘었어? 해봐.
이런 말들…
항상 성과주의에 치우쳐 살았던 나. 그리고 그 성과주의에서 늘 월등하게 자리매김했으니, 이건 나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호기심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딘가 이런 대화를 할 때면 가슴이 꽉 막히는 부담이 있다.
스페인에 오기 전과 도착해서 여러 곳의 스페인어 어학원을 둘러보고 상담을 받았었다. 어학원을 둘러보며 교실 안에서 매일 4시간씩 무언가 공부하고 습득하고 성취할 생활이 이제는 질린다는 생각이 들어 매 번 어학원에 ‘더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곤 집으로 돌아왔었다.
스페인 생활 8개월 차, 틀에 박혀 공부하기 싫다며 혼자 공부하고 있지만 사실 동사 시제도 매번 헷갈려 제대로 된 문장 하나 못하는 실력을 빙빙 돌고 있다. 스스로 다그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올 때 즘, 남자친구에게 달콤한 위로를 받고 싶어서 물었다.
‘내 스페인어가 더 빨리 늘었으면 좋겠어?’
‘당연하지.’
엇…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는 대화에 부담이 +1 될 즘 그는 말을 더했다.
‘내 마음은 당연히 그런데 네 속도도 존중해. 난 그냥 옆에서 네가 스스로 재미 붙여 공부할 시기를 기다릴 뿐이야.‘
빙빙 맴돌던 요가아사나 실력, 빙빙 맴도는 스페인어 실력…
어쩌면 요가 매트 위에서든 삶의 길 위에서든, 나의 속도를 알아가며 한 발 도약할 시기를 믿고 꾸준히 행하며 기다리는 것. 이게 지금 내가 넘어야 할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요가를 할 때도 그랬다. 선생님은 지친 나를 보면 매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가라, 와서 딱 기분 좋을 만큼만 하고 가라고 하셨었는데, 그걸 받아들이지 못했던 건 나였다.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보다 빨리 성과를 내고 그걸 과시하던 과거의 습을 물리치고, 내가 나를 스스로 기다리고 존중하는 마음을 내어 사람들이 나에게 보내는 관심과 사랑도 조건이 아닌 존재 자체에 있음을 알고 싶다.
그런 목표와 의도를 가지고 아쉬탕가 요가도 내 속도대로(!) 다시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