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아직도 고등학생인데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어요?
편의점 계산대에 올려져 있는 막걸리 한 병을 보더니 아르바이트생이 나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성인이 된 지 10년. 음주가무를 좋아하지 않아 술집에 갈 일도 없고, 피시방에 갈 일도 없게 되면서 요 근래 누군가에게 신분증을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이 상황이 낯설었다.
다행히 지갑을 가지고 나왔기에 주섬주섬 신분증을 꺼내어 건네주니 아르바이트생은 10년전 사진이 박혀있는 신분증과 내 얼굴을 여러 번 번갈아가며 본다. 사진과 실물이 너무 안 닮아 나라는 걸 증명하지 못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초조하게 서있는데 다행히 계산을 끝내준다.
나이 서른 넘어서 민증 검사를 받은 것이 웃기다는 생각에 편의점을 나오며 친구들에게 카톡을 보냈다.
'야 나 방금 편의점에서 민증 검사받았다ㅋㅋㅋ'
그러자 한 친구가 답장을 한다.
'야 나이 먹은 거 티 내지 마 ㅋㅋㅋㅋ 진짜 어리면 그런 걸로 좋아하지도 않아ㅋㅋㅋ넌 그냥 수 많은 아저씨 중 하나야ㅋㅋㅋ'
친구의 팩폭을 받고 나니 그제야 나도 적은 나이는 아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갑자기 슬퍼지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아저씨구나.
나는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