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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Kim May 31. 2021

내 시간이 사라진다는 불안감


'게임하고 싶다... ㅋㅋㅋ'


얼마 전 결혼한 형에게서 카톡이 왔다.


'형 뭐하는데요?'

'와이프랑 옆에서 TV 보며 쉬는 중...ㅋㅋ'


쉬고는 있지만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하는 형을 보고 있자니 웃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 행복하죠?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좋은데.. 개인 시간이 없네..'


짧은 카톡이 끝나고 화면을 끄기 위해 전원 버튼을 누르는 그 순간 여자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뭐해?'




나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항상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은 방향을 보고 살아간다는 그런 로망.

연애할 때처럼 굳이 만날 날짜를 정하지 않아도 되고 어딜 갈 때면 집에서 같이 이동하면 되니 이 얼마나 편한 삶인가.

 

하지만 감성에 취해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결혼생활에서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은 없다는 사실. 저 형의 삶이 미래의 내 삶이 될 것이라는 자각은 스멀스멀 걱정으로 변하기 시작하였다.


뭐 이런 걸 벌써부터 걱정하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문제였다. 

흔히들 사람들 성향을 구분할 때, 크게 혼자 있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타입과 사람들과 만나며 에너지를 충전하는 타입으로 구분을 한다. 물론 나는 1000% 전자에 속한다. MSG 조금 섞어서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나의 에너지는 소비되기 시작한다. 1일 2 약속은 상상도 못 하며 살아올 만큼 집돌이로 살아온 나였고, 더군다나 내 에너지가 모두 소비되면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가 찾아오기 때문에 나의 시간 확보는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였다.


조금 앞서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다는 걸 알았지만 이날 나는 언제 할지도 모르는 결혼 및 생활에 대하여 한참을 고민에 빠졌다. 이 벌써부터 밀려오는 숨 막힘과 두려움. 생각만으로도 이러는데 진짜 내가 나중에 결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끝없는 걱정으로 시간을 보내던 나는 어느 순간 부질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차피 결혼에 성공하려면 더 많은 고민들과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데 오지도 않은 문제를 가지고 걱정할 필요가 있나.. 집 하나 구하기 힘든 시대인데..


그냥 결혼하면 감사합니다. 하고 열심히 빨래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애도 보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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