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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Kim Jun 07. 2021

주어진 시간은 3분. 참외를 구매하라.



“그 참외 내일 내가 사가겠어!”


참외가 먹고 싶은데 너무 비싸다고 말하는 여자 친구에게 호기롭게 참외를 사 가겠다고 말하였다.

마침 저녁 약속도 있었고 약속 후 집에 오는 길에 세계로 마트에 들리면 다른 곳 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 말이었다. 네이버에 가까운 세계로 마트를 검색해보니 마감시간도 23:00이다. 여유 있게 이동하여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약속을 파하고 참외를 사러 들어간 세계로 마트.

내가 들어서자 직원 한 분이 내 앞을 막는다.


“저희 마감까지 3분 남았는데 뭐 사러 오셨나요?”

“3분이요..? 11시까지 아닌가요..? 지금 열 시..”


그 순간 ‘코로나’라는 단어가 머리에 스쳐 지나갔고 내 입에서는 “아..”라는 탄식이 나왔다.


“어.. 안되는데.. 참외 사야 하는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참외만 중얼거리며 서있는 나.

잠시 그렇게 뇌 정지 상태로 서있다가 나는 직원분에게 말하였다.


“저 뛰어가서 참외만 들고 올게요.”




그렇게 뛰어간 과일코너.

급한 마음으로 노란색만 찾아다니는데 참외가 보이지 않는다.

레몬, 망고, 바나나 노랑은 다 찾은 듯싶은데 참외만 안 보인다.


“손님, 뭐 찾으세요???”


또다시 당황하고, 얼타고 있는 나에게 직원 한 분이 다가온다.


“참외요”

“이쪽에 있어요”


참외 담을 봉지를 하나 툭 뜯어주며 참외 앞으로 데려다주는 직원. 참외 앞에는 6개에 9,900원이 적혀있다. 다른 곳과 비교하여 그리 싼 편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3분. 벌써 2분은 지났을게 분명하다. 그러는 와중에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열리지 않는 봉지.


그런 내가 답답했는지, 아니면 땀 흘리며 마스크 뒤로 가쁜 숨을 내쉬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내가 들고 있던 봉지를 쓱 가져가 열어주며 직원분이 한 마디 한다.


“손님이 오늘 마지막이니까 10개 담아가세요”

“진짜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참외 10개 봉지에 담아 계산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니 거울 속 내 모습이 말이 아니다.

흐트러진 머리와 마스크 쓰고 뻘뻘 흘리는 땀.

그 모습이 너무 웃퍼 실소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어 밀려오는 현타.

이놈의 참외가 뭐라고..


하지만 봉지 안에서 올라오는 참외의 단내가 이내 내 기분을 위로해준다.

그리고 동시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연애 참 어렵다.

근데 또 참 재밌다.

언제 이런 거에 목숨을 걸어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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