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친구와 사귀기로 한 날,
나는 교회 모임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있었다.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하다가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어머니 두 분이 내 옆에 있는 빈자리를 서로 양보하시고 계셨다. 그리고 두 어머니 너머로 보이는 또 하나의 빈자리. 나는 냉큼 “두 분 같이 앉으세요.”라고 말하며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도착한 용산역.
다른 열차로 갈아타기 위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있는데 앞에서 따가운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한 남성. 뭔가 싸함을 느낀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는 내내 애써 그 시선을 모른 척하였다.
에스컬레이터가 5칸 남짓 남았을 때였을까?
“이 X발 게이 새끼야 왜 따라오냐?”
그 남자가 날 향해 소리를 질렀다.
“저요?”
“그래 이 게이 새끼야 너 지하철에서부터 나 따라왔잖아”
뭔 소리인가 싶어 황당한 상태로 상황 파악을 하고 있는데 순간 아주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며 옮긴 자리 옆에 이 사람이 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저 그쪽 따라간 적 없으니까 갈 길 가시죠”
오해가 있는 듯하여 잘 마무리하려 하는데 갑자기 내 팔목을 덥석 붙잡는 그 남성.
그리고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 게이 새끼야 따라와 CCTV 없는 데서 나랑 맞짱 한 번 뜨던가?”
“제가 왜 그쪽이랑 맞짱을 떠요. 이 손 놓으시죠”
“뭐 쫄았냐? 역겨운 새끼야. 너 같은 새끼는 처맞아야 해”
너무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는데 나를 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당혹감과 짜증 그리고 민망함.
일단 그 상황을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들고 있던 핸드폰으로 그 남자를 내려찍는 시늉을 하며 “이거 놓으라고”라며 소리를 쳤다. 그리고 그제야 움찔하며 손을 놓는 그 남자.
“저 이쪽으로 갈 거고, 그쪽 안 따라가니까 갈 길 가세요.
서둘러 대화를 마무리하고 자리를 피하는데 뒤늦게 억울함이 올라온다.
'나 오늘 1일인데 게이라니…. 억울해도 이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