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통보
'내가 결혼이라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 같아. 오빠와 결혼할 게 아니라면 더 이상 이 연애를 이어갈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어지는 정적. 내 입술은 말라만 갔다.
어색한 정적을 깨기 위해 나는 계속 무언가 말하였지만 지금 와서 생각을 해보면 내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라도 말하지 않는다면 그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기에 입안에 맴도는 아무 단어나 붙잡아 뱉었나 보다.
한 번쯤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다며, 괜찮다며 최대한 무덤덤한 척 대화를 이어갔다.
어쩌다 우리는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상황이 여전히 믿기지 않아 복잡한 머릿속과 어지러운 마음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그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나는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내가 지금 이 순간에 뭘 할 수 있긴 한 것일까.
이 상황이 꿈은 아닐까.
그리고 가장 울고 싶은 건 나인데 왜 네가 울고 있는 것일까.
당연하게 결혼까지 골인할 줄 알았던 나의 연애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라는 이유만으로 3년 6개월 만에 끝나가는 듯 보였다.
잦은 이직으로 불안정한 직장과 가족으로부터 지원이 불가능한 현실. 그리고 결국 결혼을 앞두고 부딪혀버린 부모님의 반대라는 벽.
내가 딸을 가진 부모님 입장이라면 당연히 나의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겠구나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 마주한 현실은 정말 냉혹했다.
부모님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였었는데,
우리가 아닌 나만의 생각뿐이었나보다.
어지러운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느꼈다.
“우리 생각을 조금만 더 정리하고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면 안 될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믿기지 않는 현실에 계속 멍하기만 하다.
점점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어쩌다 드라마에나 나오는 비운의 주인공이 내가 되어버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