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정말 길다
밤잠을 설쳤다.
솔직히 잠을 잘 상태가 아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밤잠을 설치며 느낀 게 있다면 밤은 정말 길다는 것이다.
아침이 온다면 끊이지 않는 생각이 멈추지 않을까, 아침이 어서 오기를 바라였지만 아침은 정말 지독하게도 찾아오지 않았다.
길고 긴 밤 내내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들을 돌아보며 이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흩어져있던 기억들의 조각들이 맞추어졌다.
급격하게 마음이 변했다고 생각했던 나의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항상 먼저 잡으려 하던 손도 어느 순간 잡아주지 않았고, 매일 아침 걸려오던 영상통화도 늦잠을 잤다며 횟수가 점점 뜸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더 이상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나의 하루
너는 점점 시그널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였을 뿐.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자 그제야 슬픔이 몰려왔다.
더 이상 집에 잘 도착했다고, 잘 잤냐고 연락할 사람이 없어지겠구나.
더 이상 우리가 쌓아갈 추억은 없겠구나.
내 편이라 생각했던 한 사람이 사라지겠구나.
깊은 슬픔에 빠져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보니 창문 밖으로 어둡기만 하던 하늘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카톡 하나가 왔다.
'잘 잤어?'
몇 년간 당연하게 주고받던 아침인사였을 뿐인데 뭐라 답장을 해야 할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였다.
뭐라고 해야 하지?
어떻게 이렇게 태연하게 카톡을 보냈을까.
잘 잤냐는 세 글자는 나에게 혼란을 더하였다.
한 참을 고민한 끝에 답장을 썼다.
'우리 지난 시간 함께하며 습관처럼 해오던 이 연락들도 잠시 하지 말아 보자. 생각이 정리되었을 때, 그때 우리 관계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해보면 좋겠어. 그럼 생각이 정리가 되었을 때 연락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