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새벽 2시, 친구에게서 온 전화 한 통

이해와 관계

by Eric Kim



"오랜만이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너한테 갑자기 사과를 하고 싶어서"


갑자기 사과가 하고 싶어서 전화를 했다는 친구.
모니터 우측 하단을 보니 새벽 두 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이 늦은 시간에 뭐가 그렇게 미안해서 전화를 했냐?라는 나의 질문에 친구는 입을 열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친하게 지내는 3명의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는데 나는 그 멤버 중 유일하게 술 담배를 모두 하지 않았으며 매주 교회에 가야 한다는 이유로 약속이나 여행 날짜를 잡을 때마다 자주 분위기에 초를 치고는 했다.

미션스쿨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기독교에 대한 좋은 감정보다는 거부감이 더 컸던 친구들. 교회 때문에 주말에 여행이나 약속을 잡지 않는 나를 친구들은 당연히 이해하지 못하였고 교회 한 번 빠지는 게 그렇게 어렵냐며 친구들은 기독교를 더 싫어하게 되었다.


가끔 이야기를 하다 주제가 교회, 기독교가 되었을 때도 대부분은 교회에 대한 비판과 욕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십일조, 헌금, 전도 등 돈에 미치고 종교를 강요하는 집단. 기승전 개독교.

유일한 기독교였지만 나는 그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의문이나 생각에 한 번도 시원하게 답변을 주지 못하였다. 내게도 어려운 것 투성이었기 때문에 그저 웃으며 "그냥 나중에 기회가 되면 내가 진짜 기독교인이 뭔지 삶으로 보여줄게!!!"라는 말로 그냥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대학교 졸업 후, 이 친구는 대기업에 취업을 하였는데, 하루는 본인 회사의 협력업체에서 일하는 다른 친구가 계속 자기에게 자기 회사 욕을 하였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부서도 다르고 자기와는 상관도 없는 일인데 자신이 속한 회사를 욕 하는 것이 너무 기분이 나빴고 그 순간 지난날 자기들이 나를 앞에 두고 기독교를 욕하던 그 순간이 오버랩이 되었다고 한다. ‘아, ㅇㅇ도 기분이 나빴겠구나’라는 생각에 사과하려 전화했다는 내용.

“그때 미안해.”


그 순간 수많은 생각과 단어들이 머릿속을 지나갔지만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한 참의 침묵 후 고작 내 입에서 나온 한 마디

“아냐, 내가 더 미안해”


통화를 마치고 침대에 눕자 수많은 생각이 또다시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그 순간 난 뭐가 그리 더 미안했던 걸까.

그리고 이어서 올라온 고마운 감정.

굳이 지난 과거를 사과하기 위해서 전화해준 친구.

친구 하나는 잘 뒀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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