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있겠지 우리의 인연은
처음으로 소개팅 중간에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예쁜 사람을 앞에 두고 말이다. 참 아이러니 한 순간이었다.
N대리님이 소개팅을 제안하였다.
"이 친구 항공사에서 승무원 일 하는 친구고, 제가 아는 동생 중에 가장 예뻐요. 부담 없이 한 번 만나봐요"
부담 없이 만나보라면서 이미 부담을 주고 계신다.
회사에 조금 적응도 하였고, 연애도 이제는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뭔가 끌리지가 않았다.
"저는 괜찮아요 듣기만 해도 제게는 너무 과분한 분 같아요" 정중하게 거절을 하였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대리님이 협박을 받고 계신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화장실, 점심시간, 업무 중 장소 불문하고 집요하게 소개팅을 왜 안 하고 묻기 시작하였다.
숟가락으로 죽을 때까지 때린다는 숟가락 살인마가 실존한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대리님의 소개팅 제안은 한 달여간 이어졌고, 이건 내가 소개팅을 해야 끝날 거 같다는 생각에 마지못해 OK를 하였다.
그렇게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키가 크고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스튜어디스'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분이었다. 지금까지 많은 소개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외모만 보자면 원탑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이 분은 내 인연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선 대화가 전혀 되지 않았다.
일부러 반대로 말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취미나 성향이 달랐으며, 삶의 공통된 부분이 없었다.
대화는 당연히 이어지지 않았다. 몇 마디 오가고 나면 침묵만 맴돌았다.
처음으로 소개팅 중간에 당장이라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 가장 예쁜 사람을 앞에 두고 말이다. 참 아이러니 한 순간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하였고, 어떻게 마무리를 하였는지도 모르겠다.
얼마나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한 의미 없는 말들을 뱉었기에 기억도 안 날까 싶긴 한다.
다음 날 대리님을 만나자마자 죄송하다는 말을 하였다.
"대리님, 그분 진짜 대리님 말대로 예쁘시긴 한데 저랑은 인연이 아닌 거 같아요. 그분도 아마 느끼셨을 거예요. 에프터는 안 하려고요"
대리님이 보기에는 정말 잘 어울릴 거라 생각하셨는지 무척이나 아쉬워하신다.
그래서 그렇게 집요하게 소개팅을 하라고 그랬나 보다.
그래도 그 소개팅을 통하여 사람은 외모가 전부는 아니라는 걸 느꼈으며 얼마 뒤 진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 의미 없는 경험은 없다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아! 물론 현재의 여자 친구가 예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