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대리님의 부서이동
대리님의 부서이동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회사는 이해하려 하면 화만 나게 만드는 곳이다. 역시 이해하기를 포기해야 건강에 좋다.
근데 어쩌냐.. 건강은 이미 안 좋은 거 같은데..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N대리님이 해상 부서에서 항공 부서로 부서이동이 있을 거 같다는 소문이었다.
사실 N대리님은 이전 회사 항공 부서에 4년 동안 있었다. 처음 회사에 지원할 때에도 항공 부서에 지원을 하였는데 회사에서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해상 부서에 배치하였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새로운 사업을 담당하게 하였다. 전혀 Setting이 안 돼있던 사업을 1년 동안 야근을 해가며 안정화를 시켜놨는데, 이제 좀 편해질까 싶으니 부서이동이라니. N대리님은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화가 난 N대리님은 본인은 가기 싫다며 팀장님에게 면담 요청을 하였다.
"나는 네가 가고 싶어 한다고 들었는데..? 솔직히 되게 섭섭했어. 팀장인 나한테 미리 말도 안 하고.."
조금 상황이 웃기게 돌아갔다. 정작 팀장님도 부서이동에 대해 아는 게 없었고 본부장님을 통하여 부서이동이 된다고 내용만 전달받았다는 것이었다. 참으로 서로가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하필 그 날은 회사 워크숍 출발 날이었다. 숙소는 2인 1실, 그리고 나는 N대리님과 같은 방을 배정받았다.
퇴근 후 경기도 파주 어느 한적한 교육원에 도착하고 보니 8시가 거의 다 돼가는 시간이었다.
저녁식사를 위하여 모인 자리에서 대리님을 보니 그리 상태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대리님 괜찮으세요..? 좀 어이없긴 하네요."
"까라는데 어쩌겠어요. 상황 보다가 퇴사나 하려고요"
"퇴사는 여기 처음 오셨을 때부터 한다고 하셨잖아요.."
"이번에는 진짜예요"
내 생각대로 N대리님은 여전히 화가 많이 나 계셨다. 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어떻게 할 수 없다며 계속 화를 내시며 퇴사를 할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하셨다.
참고로 N대리님은 입사 후 한 달 뒤부터 나와 같이 퇴사를 계획하며 정보를 공유하였지만 항상 둘 다 계획에서 멈추었다. 조금 미리 덧붙이자면 대리님은 부서이동이 있고 난 뒤로도 1년이라는 시간을 더 다니셨다..
저녁시간과 교육시간이 끝나자 술판이 벌어졌다.
술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나는 자러 가겠다며 슬그머니 자리를 일어났다. 행여나 붙잡힐까 후다닥 숙소로 향하고 있는데 뒤에서 N대리님이 나를 부르며 같이 가자고 따라오고 계셨다.
밥은 안 먹어도 술은 마시던 대리님이 술자리도 마다하며 자러 간다고 하는 걸 보니 생각보다 기분이 정말 안 좋구나 싶었다.
숙소에 들어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상황은 이러했다.
몇 개월 전 N대리님은 본부장님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어 잠깐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정말 나중에 지금 일이 안정화가 되고, 기회가 된다면 항공으로 갈 생각이 있어?"
"지금 맡은 게 좀 자리 잡고 그러면 뭐 그럴 수도 있죠"
"오케이. 알겠어"
그리고 이후 본부장님은 사장님과 항공 부서 인원 충원에 대하여 논의를 하던 중 'N대리가 항공 부서에 가고 싶다고 합니다.'라고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사장님에게는 사람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스템에 익숙하며, 항공 경험도 있으며, 본인이 가고 싶다고 말하는 N대리를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사장님은 승낙을 하셨다.
억울한 N대리님은 본인은 물어봐서 대답을 그렇게 한 것뿐이지 공식적으로 가고 싶어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며 본부장님과 면담을 가졌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어쩔 수 없다. 이미 사장님 승인이 났다. 나는 네가 가고 싶어서 그렇게 말 한 줄 알았다." 였으며, "자꾸 강제로 부서 이동된다는 소문이 도는 거 같던데 그런 이상한 소문을 주도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라며 반 협박까지 받았다고 한다.
워크숍이 끝나고 1주일의 시간이 흐른 뒤 대리님은 항공 부서로 가셨다.
처음에는 당장이라도 퇴사할 거 같았는데 그래도 1년은 더 다니셨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다닐 만하셨나 보다.
대리님의 부서이동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회사는 이해하려 하면 화만 나게 만드는 곳이다. 역시 이해하기를 포기하면 건강에 좋다.
근데 어쩌냐.. 건강은 이미 안 좋은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