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합'치면 '병'이 되는 '합병'인데

누가 합치면 정이 된다고 그랬냐. 병만 났는데.

by Eric Kim

유산슬은 합치면 정이 된다 하였는데 현실은 막상 합쳐보니 병이 되어버렸다.

합병은 그렇게 병을 가져왔으며, S대리님을 시작으로 퇴사의 붐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뒷감당은 남은 사람들의 몫..

아. 누구를 위한 합병인가.




우리 회사는 합병으로 성장한 회사이다.

내가 입사하기 2년 전에 합병을 하며 큰 성장을 하였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합병에 대하여 얘기할 때마다 사실 그다지 귀담아듣지는 않았다. 이미 지난 일이고 이미 안정화가 된 지금은 나와 그다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합병 시절 얘기를 할 때마다 레퍼토리도 항상 비슷하였는데 합병 초반에는 정말 힘들었다로 시작하여 달을 보며 출근하였는데 달을 보며 퇴근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버티지 못하고 퇴사를 하였다.

하지만 힘든 시기였음에도 우리는 버텨냈다로 끝나는 결국 자기 자랑이었다.


회사를 다닌 지 1년이 지날 무렵 그다지 반갑지 않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또다시 합병을 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었다. 구체적으로 회사 이름들이 언급되며 소문이 도는 걸 보니 어느 정도는 신뢰성이 있는 정보였다. 그동안 기존 직원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는 않았지만 힘들었다는 소리를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들어서인지 내게는 그리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회사에 출근을 하여 인터넷을 켜자 가장 한가운데 크게 합병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인트라넷 메인에 올라왔다. 결국 합병을 하게 된 것이다.

그 날을 기점으로 모든 게 빠르게 돌아갔다. 이곳저곳에서 합병을 하는 게 맞냐며 확인 전화가 오기 시작하였다. 임원급과 사장님은 합병하는 회사와 교류를 시작하였고 일도 조금씩 함께 하기 시작하였다.

사장님은 앞으로의 비전과 합병 후 변경되는 복시나 시설 부분에 관하여 브리핑을 하시며 각 회사의 같은 부서원끼리 모여 저녁시간도 가지게 하였다.

그다지 실감이 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쯤 되니 정말 합병을 하나 보나 싶었다.

그렇게 두 회사는 합병을 하였다.




합병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었던 부분들이 있는데 첫 번째로는 사용하는 시스템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교육을 한다고 하였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전혀 다른 프로그램을 바로 잘 사용할리가 없다.

역시나 합병 첫날부터 새로 오신 분들의 도움 요청과 질문이 쏟아졌다. 이제는 같은 식구인데 어떻게 매몰차게 도움을 안 줄 수 있을까.. 바쁜 와중에 도움도 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의 퇴근 시간도 늦어졌다. 부들부들.


두 번째는 새로운 분들의 업무의 변경이었다.

기존 회사에서는 어떤 일을 하였든 합병을 하면서 그분들의 업무는 변경이 되었다. CS만 보던 분들이 Billing 업무도 하여야 했고, 수치 확인 등 새로 해야 할 것들도 생겨났다. 안 하던 일을 하게 된 분들은 당연히 멘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멘붕은 실수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만들었다. 일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그분들은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다. 모르는 건 물어보고, 야근을 해가며 해결을 하였다. 실제로 같은 부서로 온 S대리님은 한 달 내내 12시가 다되는 시간에 퇴근을 하였으며, 그 누구보다 빨리 출근을 하였다. 그 달을 보며 출근을 하였는데 달을 보며 퇴근한다는 그 전설과도 같던 이야기를 실현시킨 것이다.

사람이 저렇게 일 하면 죽지 않을까? 저렇게 까지 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꿋꿋하게 버티셨다.

사람은 그리 쉽게 죽지 않는다는 말을 몸소 실천하며 증명한 것이다.




한 달이 지날 때쯤 S대리님이 가슴을 치는 횟수가 늘어났다. 몸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점심, 저녁도 잘 먹지 않고 하루에 12시간이 넘도록 한 달을 일했는데 몸이 멀쩡할리가 없었다.


"대리님.. 괜찮으신 거 맞아요..?"

"위에 빵꾸가 났대요."


위궤양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좀 쉬어야겠다며 얼마 뒤, 퇴사를 하였다.


유산슬은 합치면 정이 된다 하였는데 현실은 막상 합쳐보니 병이 되어버렸다.

합병은 그렇게 병을 가져왔으며, S대리님을 시작으로 퇴사의 붐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뒷감당은 남은 사람들의 몫..


아. 누구를 위한 합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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