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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들의 퇴사 그리고 안타까움

태도에 관하여

by 빈공간의 미학

1. 신입사원들의 퇴사

최근 신입사원분들이 연이어 퇴사하였습니다. 1년을 채우자마자 다른 회사로 이직한 분도 계셨고, 막 수습기간이 끝난 분도 계셨습니다. 그 외에도 2년 미만의 직원분들이 연이어 퇴사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입사와 퇴사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언제나 주변 사람들이 떠나는 일을 겪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당황스럽기도 하고 때론 답답하기도 합니다. 회사 입장에서야 지난한 채용 절차를 거쳐 뽑은 인력이 나가서 손해이고, 남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맡겨질 일들에 막막하기도 하겠죠. 하지만 누구보다 퇴사를 결정한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퇴사를 결정하고, 그 결정을 동료와 상급자에게 말하기까지 마음이 정말 무거웠을 겁니다.

퇴사사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퇴사한 사람의 수만큼 퇴사사유가 있겠죠. 적은 급여, 회사의 네임밸류, 사업의 불안정성, 커리어적 선택 등은 눈에 보이는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퇴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주변 동료, 회사의 조직문화, 그리고 일이 주는 의미와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최근 신입사원들에게는 보이지 않은 사유가 퇴사의 주요 동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퇴사의 이유와 퇴사가 갖는 의미

저의 신입 때를 돌이켜보면 주변 동료, 조직문화, 일의 의미에 대해서 크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나와 맞든 맞지 않든 버텨야 한다. 조직 생활을 버티지 못하면 내가 나약한 것이거나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만큼 바보 같은 생각도 없습니다. 분명 사회 초년생으로서 감내해야 할 일도 있었지만 애초에 조직 구성이나 업무 체계가 후진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지금의 신입사원분들은 주체적입니다. 부당하고 후진적인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합니다.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해 보고 개선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본인이 조직을 떠나는 선택을 합니다. 저는 이것이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저 참는 게 미덕인 사회, 그것을 권장하는 사회가 야만적인 것입니다. 지금의 신입사원분들은 과거의 저에 비해 훨씬 주체적으로 삶을 설계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퇴사란 결정이 갖는 무게감이 과거에 비해 작아진 것도 한 몫한 것 같습니다. 퇴사 한 번으로 내 인생이 어떻게 되지 않을 것이고, 회사가 나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그들의 결정이 결코 가볍다거나 경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나에게 회사가 갖는 의미나 일이 주는 가치가 기성세대와 다를 뿐이지 그들에게 역시 진중한 결정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퇴사를 선택하신 분들의 가치가 저보다 훨씬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인지도 모릅니다.


3. 안타까운 퇴사사유

그런데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신입사원의 퇴사도 있습니다. 아직 본인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혹은 신뢰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도 채우기 전에 '자신이 생각하는 업무를 주지 않아서' 또는 '나는 이런 사소한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서'라는 퇴사사유를 밝히는 분들입니다.(대놓고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한 내용을 나중에 들어보면 그렇더군요.) 구체적으로 보면, "나는 엑셀 취합하고 사람들에게 노티 주려고 취업한 게 아니다.", "문서 정리나하고 물품 출납 확인하려고 회사 온 게 아니다.", "나는 대학에서 발표도 잘했고, PPT도 잘 만들어서 수많은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나에게 무려 1년 동안 기회를 주지 않았다." 등입니다. 정리하자면 본인이 생각한 회사의 업무와 실제 회사에서 부여받는 업무가 너무 다르다는 이유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회사는 신입사원을 믿지 않습니다. 신입사원과 근로계약을 맺고 급여를 제공하지만 그들이 1인분을 소화해 낸다는 기대 또는 1인분의 업무를 하고 있어서 매월 급여를 제공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이 가진 잠재력을 믿고 투자하는 기간인 것이죠.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누구든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자신의 분야를 공부할 시간이 필요하죠. 회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한 금액을 회수할 겁니다. 상상 이상으로 회사는 치밀해서 그렇게 잘 적응한 신입사원에게서 어떻게든 투자한 금액을 뽑아갈 겁니다. 그게 근로계약이 가진 함의라고 생각합니다.

잔인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앞선 퇴사사유('자신이 생각하는 업무를 주지 않아서' 또는 '나는 이런 사소한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서')를 밝힌 신입사원은 회사가 채용을 잘못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수많은 스펙과 멋들어진 자기소개서를 통해서 서류전형에 합격했을 것이고, 면접에서는 아주 똑 부러지게 조리는 말로 면접관들을 사로잡았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신뢰받기 위한 노력을 할 자세가 있는 인원인지에 대해서는 파악해내지 못했습니다. 결국 채용의 실패죠. 회사가 신입사원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고, 좋은 조직문화를 만들고, 적응을 위한 온보딩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건 너무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감내하는 인내심, 사소한 일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자세는 당사자가 보여줘야 하는 부분입니다. 참으로 알려주기 어렵고, 배우기도 어렵습니다.


4. 태도에 관하여

역량의 요소로 대표적인 것은 지식, 기술, 태도입니다. 지식과 기술은 표면적으로 드러날 수 있지만 태도는 보이지 않고, 파악하는데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래서 참으로 알려주기도 배우기도 어려운 것이죠. 과연 좋은 태도는 무엇일까요? 먼저 태도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보겠습니다. 태도란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에 대해 취하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저는 업무에서의 태도는 "업무가 주어졌을 때 발현되는 자세와 입장"이라 정의하고 싶습니다. 업무의 조율 과정이나 방식은 차치하고 내가 이 업무를 해야 되는 것이 분명하게 정해진 상황인 경우에 보여주는 자세와 입장이 "업무에서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업무에 대한 좋은 태도는 본인에게 주어진 일이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나에게 맡겨진 이상 일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도록 책임감을 갖고, 단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만의 방법으로 효율화하고 체계화하기 위해 공을 들이려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업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에게 중요한 업무를 맡길 회사는 없습니다. 사소한 일이라는 판단 전에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어떤 배경에서 진행된 업무인지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에 대한 태도는 타인들에게 반드시 보이는 법입니다. 업무의 경중이 내 가치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나의 태도를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태도를 꾸준히 보여준다면 신뢰를 얻을 것이고,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은 추후 자신을 성장시키는 초석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퇴사사유를 밝힌 분들은 그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습니다. 좋은 태도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못한 채 본인의 스펙과 지식 · 기술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태도는 감춰진 부분이라 개발과 측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나 태도를 판단하고 평가합니다. 그렇기에 오히려 인생에서 태도는 결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처음에는 지식과 기술이 뛰어난 친구들이 인정받고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엔 좋은 태도를 가진 이들이 쌓은 신뢰자본을 이길 수 없습니다.

스스로 좋은 태도를 체득할 체험을 하지 못한 채 주위를 떠난 신입사원들이 참으로 아쉽습니다. 이미 떠나버린 신입사원들을 기억하면서 그런 시간을 만들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과연 나는 좋은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끝으로 최인아 님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의 내용을 발췌하여 소개해드립니다.




'씨앗 없이 꽃이 피진 않지만 씨앗을 심었다고 다 꽃을 피우진 않는다. 씨앗이 죽지 않고 자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려면 물을 주고, 바람과 햇볕을 쬐어주며, 때로는 비료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태도다. 즉, 태도는 우리 안의 재능이 도중에 꺾이거나 사라지지 않고 활짝 꽃피게 한다.' 그래서 이런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태도가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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