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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하는 힘

신뢰에 대하여

by 빈공간의 미학

1. 신뢰받는다는 것

일전에 '신입사원들의 퇴사 그리고 안타까움'이란 글에서 좋은 태도를 보여주어야만 타인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신뢰란 자본이 형성될 때 성장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누군가는 신뢰를 받고, 다른 누군가는 신뢰를 받지 못합니다. 신뢰의 유무는 곧 기회의 유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기에 신뢰받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갖지 못한 무기를 갖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그 사람 참 신뢰 간다'는 말. 참 듣고 싶은 평가이지 않나요? 도대체 신뢰는 왜 중요하게 여겨지는 걸까요? 그리고 신뢰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는 걸까요?


2. 신뢰의 중요성

우리가 자본이라 하면 크게 물적, 인적, 사회적 자본으로 나누게 됩니다. 학술적으로 신뢰란 사회 전반이 공유하는 근본적 가정에 대한 믿음으로서 사회적 자본의 한 분류로 정의되기도 합니다. 저는 학술적 차원의 신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느끼는 관계적 차원에서의 신뢰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신뢰'가 개인에게 매우 중요한 자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경험한 신뢰가 중요한 이유는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가능한 것도 한 사람이 가진 신뢰로 가능해진다."


다들 그런 경험을 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부탁을 A와 B로부터 동시에 받았습니다. 동일한 부탁이지만 A에게는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B에게는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신용(Credit)을 생각해 보면 간단합니다. A와 B가 은행에 똑같이 1,000만 원을 빌리려고 할 때, A는 담보도 없이 낮은 금리로 받을 수 있는 반면, B는 담보를 내고도 높은 금리로 빌려야 합니다. 심지어 B에게는 대출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용(Credit)이 경제적 차원에서 형성된 믿음이라면 신뢰(Trust)는 관계적 차원의 믿음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의 부탁은 안되지만 A의 부탁은 도저히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힘. 기회가 오면 B가 아닌 A가 생각나게 하는 힘.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신뢰라는 자본이 가져온 차이일 수 있습니다.


3. 신뢰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렇다면 신뢰는 어떻게 형성될까요? 저는 신뢰를 형성하는 두 개의 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진정성'이고, 다른 하나는 '능력'입니다.

젠가쌓기.jpg 본 이미지는 Chat GPT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먼저 '진정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저는 '진정성'을 겉으로 보이는 언행이 실제 달성하려는 목적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봅니다. 한 사람이 가진 목적은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가 타인의 마음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결국 누군가의 마음은 그가 보여준 언행에 의해서 알 수 있을 뿐입니다. 평소 한 사람이 보여준 언행이 달성하고자 하는 바에 부합하고 일관된다면 진정성이 있는 것이고, 서로 격차가 나고 변덕스럽다면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임원으로 선임된 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임원이 되고 나니 조직관리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씀하시면서 팀장일 때처럼 마이크로컨트롤하지 않고 권한위임을 충분히 하면서 직원들에게 기회를 줘야겠다고 하셨습니다. 부담감을 많이 느끼셨는지 그분의 자리에는 책이 많이 쌓여갔습니다. 회식 자리에서 관련한 책들의 제목을 술술 외시면서 직원들에게 책의 내용을 한참 설교하셨고, 팀장들에게는 회의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과 원온원 주기를 잡아서 가져오라 말씀하셨죠. 그런데 회의시간에는 끊임없이 본인이 떠들고, 타 부서와의 회의에서 상대 말을 잘라먹고, 아랫사람들에게는 원온원을 잡으라고 하시더니 본인은 정작 팀장들과 일대일로 만나기를 회피합니다. 과연 조직관리 나아가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목적에 일치하는 언행이었을까요? 목적이 무색해지는 언행으로 그분께 일말의 '진정성'도 느낄 수 없었고, 고로 신뢰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하나의 축이 '진정성'이었다면 다른 축은 '능력'입니다. 결국 신뢰가 쌓이기 위해서는 상대가 기대하고 바라는 결과를 가져와 보여줄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저 사람과 함께 하면 좋겠다는 바람, 저 사람에게 맡기면 생각하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 그러한 내심의 바람과 기대는 결국 그 사람이 '능력'이 있어야만 생깁니다. 능력이 있다는 것은 지금까지 해온 결과물의 축적으로 증명되었을 것이고요. 아무리 진정성이 있으면 뭐 하겠습니까? 제대로 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면 결국 함께 하고 싶지도, 맡기고 싶지도 않을 겁니다.

옆 부서 김 대리는 최근 채용 프로세스 개선 프로젝트를 맡아 부담이 막중합니다. 김 대리는 자신이 이번에 채용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하겠다고 다짐합니다. 모집공고도 수정하고 면접평가표도 새롭게 작성해 봅니다. 김대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칭찬을 받을 수 있겠지 하는 기대로 박 부장에게 개선 방향을 보고합니다. 박 부장은 김 대리의 업무결과가 항상 아쉽습니다. 어딘가 부족한 문장력으로 가져온 모집공고를 그대로 내기도 애매하고 수정하자니 김 대리의 자존심이 상할 것 같습니다. 책 어디에선가 봤던 것 같은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 복잡한 면접평가표... 결국 자신이 파일을 열어 수정하기 시작합니다. 박 부장은 김 대리를 신뢰하고 싶지만 항상 결과물이 아쉽습니다. 진정성은 있지만 능력이 부족하니 신뢰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4. 어렵기에 가치있는 신뢰 자본

진정성은 없고 능력만 있으면 기회주의자로 보이기 십상이고, 진정성만 있고 능력이 없는 경우 실속 없는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앞서 제가 보여드린 사례처럼 둘 중 하나라도 없다면 신뢰는 형성될 수 없을 텐데요. 주변에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을 한 번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하나는 충족하지만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이 쉽게 떠오르지는 않으실 겁니다. 잘 떠오르지 않는만큼 '신뢰'란 자본이 형성되기란 참으로 어렵다는 걸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도 '능력'도 한번 보여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증명해 보여야 합니다. 무섭도록 강력한 자본이 될 수 있지만 '신뢰받는' 상태를 유지하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이 일관되게 지속한다는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작심삼일을 주간 행사로 하는 제 자신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쌓기는 어렵고 무너지긴 쉽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달성하기는 어렵고, 유지하기란 더 어려운... 그렇기에 가치있는 것이 '신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쓰러지는 젠가.jpg 본 이미지는 Chat GPT로 만든 이미지입니다

사실 신뢰가 형성되기 위해 하나가 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격적 성숙'입니다. 다른 말로 '멋'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추후에는 이 '멋'은 무엇이고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써보도록 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미 '진정성'과 '능력'이라는 두 가지 조건만으로도 달성하기는 충분히 어려운 것 같으니 이번 글은 여기서 마무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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