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에 대하여
저는 최근 영어 학원과 헬스를 꾸준히 다니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는 한 달 정도 하다 보면 다른 일에 밀려 포기했고, 스피닝, 요가,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영어 공부는 5개월 차에 접어들었고, 헬스는 10개월 차에 들어왔네요. 누군가는 아직 그것밖에 안 했는데 뭐가 꾸준하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제게는 엄청난 변화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실패와 포기의 역사를 보면 말이죠. 그렇다면 과거와 다르게 이번만은 좀 다르게 꾸준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엇이 예전과 달랐을까요? 저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의 칭찬과 격려가 제가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도록 만들어준다고 느낍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칭찬을 받으며 포기를 잊게 하는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20살 이후, 특히 직장인이 되고 나면 칭찬받을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지난 일주일을 한 번 돌이켜 보세요. 칭찬이나 격려를 받으신 일이 얼마나 있으신가요? 사실 혼나거나 지적받지 않으면 다행이죠... 특히나 우리나라는 칭찬에 인색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학교 교육이 많이 달라진 것 같긴 합니다만,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잘한 것을 칭찬하기보다 못한 것을 잘하란 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대학 입시에 교육의 초점이 있다 보니 많은 과목을 1등급 맞아도 3등급 하나 맞으면 안 된다고 다그치는 식이죠. 잘한다는 칭찬을 하면 거만해진다는 인식, 겸손이란 도덕을 심어주기 위해 선생님들도 부모님들도 칭찬을 많이 참았던 것 같습니다.
저도 이런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소대장 시절 30여 명의 소대원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참 칭찬에 인색했던 것 같습니다. 저도 기껏 20대 중반의 나이였고, 소대원들은 20대 초반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둘 다 어린 20대이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지위가 주는 힘이 있었죠. 소대원들은 소대장인 저에게 칭찬을 듣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분대장이었던 고참 한 명이 저를 찾아와서 말했습니다. "소대장님은 앞에서 모범이 되시는 건 좋은데, 칭찬에 너무 인색하신 것 같습니다. 소대원들한테 잘한다고 칭찬 좀 해주십쇼. 소대장님 따라서 다 열심히 하지 않습니까?" 그 이야기를 듣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당시 상급자에게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은 같았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했습니다. 그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런데 왜 저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렇게 엄격하고 인색하게 굴었을까요. 지금 생각하면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그 분대장이 참 고맙고, 좀 더 빨리 그 말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은 사회 분위기가 많이 변한 것 같긴 합니다. 방송에서만 봐도 아이를 교육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졌고, 학교 현장에 있는 누님의 이야기만 들어도 잘하는 부분을 발견하고 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고 하더군요. HR의 흐름도 많이 변했습니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강조하던 HR에서 이제는 한 개인의 성장과 잠재성을 끌어내는 것 또한 HR의 미션이 되었죠. 성과관리라는 것도 단순히 수치적 목표를 설정하고 점검하는 '결과관리'에서 한 단계 나아가 원온원이란 시간을 통한 건설적 피드백이 핵심으로 자리 잡은 '과정관리'가 되었습니다. 원온원을 통한 건설적 피드백에 가장 중요한 지점은 '알아차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구성원이 하고 있는 방향이 무엇이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를 '알아차려' 주는 겁니다. 이 과정은 굉장히 쉽지 않은 시간이고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탁월한 능력을 요합니다. 무턱대고 잘한다고 하는 게 칭찬은 아닙니다. 그 사람이 하는 노력을 정확하게 짚어주고,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와 성장을 이뤘는지 '알아차려' 주는 것이 제대로 된 칭찬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영어학원과 헬스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저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덮어놓고 칭찬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있는 노력을 알아주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알아차려' 주는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적재적소에 칭찬을 받으면서 저는 잘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더 샘솟고 있습니다. 칭찬과 격려가 영어 선생님, 헬스트레이너 분의 돈 벌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잘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아무리 돈을 받아도 칭찬과 격려의 피드백을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죠. 특히 매번 포기하고 좌절했던 제가 이번만큼은 다르다고 느낄 만큼 원동력을 불어진 그분들께 감사함을 표하고 싶습니다. 성인이 되어서야 이렇게 칭찬의 중요성을 깨닫네요. 저도 앞으로는 후배들과 동료들에게 좋은 칭찬과 격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p.s. 저는 참 결혼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와이프는 칭찬의 여왕이거든요. 저는 우스갯소리로 '칭찬당했다'라고 말합니다. 워낙 칭찬을 많이 그리고 자주 해주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이 하고 자주 하면 진심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칭찬을 들어 기분 나쁠 사람이 있을까요? 특히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듣는 칭찬은 자존감을 올려줍니다. 저는 매번 칭찬을 '당할 때'마다 감사함을 느낍니다. 회사에서 아무리 지적받고 깨지고 오더라도 나를 지지해 주는 와이프가 있으니까요. 아직 미혼이신 분이 있다면, 꼭 칭찬을 잘해주시는 분을 만나면 좋겠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