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하락에 대하여
회사에서 리더십 교육과정과 세미나를 보면 동기부여에 대한 커리큘럼이 많습니다. 커리큘럼만 보면 리더들은 이미 동기부여의 전문가가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대표이사가 해당 커리큘럼에 투여된 시간과 돈을 본다면 모든 직원들의 동기가 고양되어 있길 기대할 겁니다. 그러나 조직에서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을 많이 마주하게 됩니다. 리더들이 더 나은 성과를 위해 구성원들을 독려한다면서 오히려 동기를 떨어뜨리는 일들 말이죠. 동기부여에 대한 수많은 서적과 교육이 무색하게 정작 현실에서는 직원들이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의 동기를 높여달란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최소한 동기를 떨어뜨리지만 말아줬으면 하는 기원을 자주 합니다. 현실적으로 리더가 구성원들의 동기를 하락시키는 역설적 상황을 살펴보면 해야 할 것 이전에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동기하락에 가장 확실하고 즉효성 있는 방법은 구성원이 하고 있는 일을 "하찮은 일"이라고 평가절하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해당 팀은 공장에서 의전과 홍보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해당 공장은 그 회사의 간판이었고, 매주 많은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견학을 오는 곳이었죠. 그 일은 단순히 안내하고 커피를 제공하는 업무가 아니라 회사의 얼굴이고 비즈니스의 가장 시작점에 있는 업무였습니다. 팀원들도 그렇게 믿으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리더가 팀원들을 불러서 이야기합니다. "우리 팀은 좀 더 성과를 보일 수 있는 일을 해야 해. 언제까지 커피만 타고 있을 거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던 구성원들이 "시간만 뺏기는 일", "월급값을 못하는 일"이라는 평가를 듣는 순간, 그들의 표정이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Adams의 공정성 이론으로 보면, 구성원은 자신의 투입(노력, 시간, 역할)과 산출(보상, 인정, 지위)을 끊임없이 비교 평가합니다. 리더가 특정 직무를 덜 중요하다고 치부하는 순간, 해당 구성원은 "내 투입 대비 인정이 너무 낮다"는 불공정성을 느끼게 됩니다. 상대적 박탈감은 곧바로 의욕 상실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 이직까지 고려하게 만듭니다. 나에 대한 인정이 공정한 곳으로 말이죠.
역할에 대한 평가절하는 단순히 기분만 상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Hackman과 Oldham의 직무특성 모델로 보면 더욱 명확해집니다. 이들에 따르면 직무가 의미감, 책임감, 성과에 대한 인식을 줄 때 동기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리더가 구성원의 직무를 "별 의미 없는 일", "시간만 뺏기는 일"이라고 치부하는 순간, 구성원에게는 직무의 의미감은 완전히 사라져 버립니다. 의전과 홍보 업무를 담당하는 팀원들에게 그 일은 회사의 얼굴을 대표하고 비즈니스 관계를 원활하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이었으나 리더의 한 마디로 "무의미한 잡일"이 되어버린 거죠. 업무 자체가 무가치하게 느껴지면 구성원은 더 이상 자발적으로 몰입하지 않게 됩니다. 창의성도, 개선 의지도 모두 사라지죠. 매일 출근해서 그저 시간만 때우는 일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참으로 효과적인 동기하락 방법이 아닐 수 없네요.
두 번째로 효과적인 동기하락 방법은 추가 자원은 전혀 제공하지 않으면서 높은 성과만을 달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실제 저의 사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팀장을 제외하고 5명이 TO인 부서에 3명만 배치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TO 5명인 이유는 분명히 있었지만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는 중이라 충원을 의도적으로 해주지 않았습니다. 5명이 하던 일을 3명이서 꾸역꾸역 처리하는 중이었죠. 그 말은 곧 대부분의 업무가 운영적인 업무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그런데도 차상위 리더는 "루틴 한 업무가 아닌 성과가 나는 업무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죠. 심지어 "너희 팀이 높은 연봉에 비해 매번 같은 업무만 한다면 회사나 개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팀원인 저에게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임원인 본인이 팀원을 불러서 직접 면담하는 것이 동기부여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분의 책상을 보니 10권쯤 되는 리더십 책이 쌓여있더군요. 한껏 풀이 죽은 저의 모습에 비해 높이 쌓인 책을 보며 정말 아이러니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Vroom의 기대이론으로 보면 동기는 "노력 → 성과 → 보상"이라는 기대 구조가 유지될 때 형성됩니다. 즉, 내가 기울인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고, 내가 이룬 성과가 보상으로 지급되며, 주어진 보상이 내게 의미가 있다면 동기가 높아집니다. 그런데 애초에 노력을 투입할 자원이 부족하면 직원은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가 나올 수 없다"는 기대를 잃게 되고, 노력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져 동기가 저하됩니다.
자원 없이 성과만 요구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Seligman이 말하는 "학습된 무기력 현상"이 나타납니다. 5명이 해야 할 일을 3명이 하면서도 '더 성과가 나는 일을 하라'는 요구를 받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처음에는 야근하고 주말에도 나와서 뭔가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인력도,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노력해서 기대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죠. 이런 경험이 몇 번 반복되면 구성원은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됩니다. 심각한 건 리더가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왜 성과가 안 나오냐'라고 다그치면, 구성원은 결국 자신이 무능해서 그런 것처럼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상황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자존감까지 떨어지는 완벽한 동기하락의 공식이 완성되는 거죠.
이렇게 구성원의 동기를 하락시키는 완벽한 방법들을 살펴보니, 역설적으로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들이 명확해집니다. 구성원의 역할과 기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 성과를 요구할 때는 그에 맞는 자원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죠. 저는 회사 생활을 하면서 "동기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보다 "최소한 동기를 떨어뜨리는 일은 하지 말자"가 더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동기부여는 어려워도, 동기를 깎아내리는 일은 충분히 피할 수 있으니까요. 모든 구성원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들의 노력과 역할에는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습니다. 리더로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구성원과 조직 모두를 살리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