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좋은 결정'에 대하여

by 빈공간의 미학

1. 한 순간의 선택이 아닌 삶의 축적

최근 수많은 고위공직자들이 잘못된 결정으로 자신의 인생을 부정당하는 결과를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선택을 보며 어떤 사람들은 "한 순간의 판단 착오",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표현하지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순간에서의 결정은 자신이 살아온 삶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온 결과라고 봅니다. 갑자기 뜬금없는 상황에 판단력이 흐려졌더라도, 같은 상황에 놓인 다른 사람 중 일부는 전혀 다른 결정을 했습니다. 따라서 그것이 갑작스러운 정신의 착란이 아니라면, 자신이 의식적으로 내놓은 판단의 결과물이고 권한이 있는 만큼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나 역시 그런 중요한 결정을 하는 위치에 있었다면 어떤 사고의 과정을 거쳐서 판단을 하게 되었을까? 스스로와 타인을 모두 불행에 빠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결정'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좋은 결정'과 '성공한 결정'은 다르다

사람이 내리는 판단과 의지를 '결정'이라고 한다면 '결정' 그 자체는 가치중립적입니다. 하지만 '좋은'이란 판단이 붙는 순간, 더 이상 가치중립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좋음'은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하죠.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좋은 결정'이 곧 반드시 성공적인 결정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책임을 지는 의사결정은 고도의 지적 활동이자 사회·정치적 책임을 수반하는 활동입니다. 이때 최선을 다한 결정은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라는 결과물과 '좋음'의 가치는 다릅니다. 그렇기에 '좋음'은 결과론적인 사후 해석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지금, 현재 어떻게 인식되는지를 중심으로 봐야 합니다. 결과만으로 판단한다면 운이 좋아서 성공한 무책임한 결정도 '좋은 결정'이 되어버리고, 최선을 다했지만 불운으로 실패한 결정은 '나쁜 결정'이 되어버리니까요.


3. 좋은 결정의 두 가지 조건

그렇다면 '좋은 결정'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저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자신의 공동체 대다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결정이어야 합니다. 나의 공동체는 가정, 회사, 국가, 지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처한 위치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군생활 시기 소대장이었던 저에게는 소대원들과 부대가 공동체였고, 회사에서는 팀과 조직이 공동체가 됩니다.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결정은 결코 '좋은 결정'이 될 수 없습니다. 둘째, 실패하더라도 정당하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결정이어야 합니다.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그 과정이 합리적이었다면, 설령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그 결정을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인정해 줍니다. 반대로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한 결정은 성공하더라도 결국 '좋은 결정'으로 기억되지 않습니다.


4. 소대장으로서 배운 결정의 기준

저는 운이 좋게도 군생활을 하며 좋은 결정을 내리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조직의 '미션(Mission)'이 바로 그것입니다. 저의 중대장님은 소대장들에게 항상 장교로서의 미션을 강조하셨습니다. 군 복무를 하는 동안 전투를 할 수 있는 체력과 기술을 기르는 동시에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전역시키는 것이었죠. 이 두 가지는 때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체력 단련이나 전술 훈련을 강도 높게 하면 부상의 위험이 커지고, 안전만을 우선시하면 전투력이 약화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미션이 군의 전투력 강화에 기여하고, 동시에 사회 일원인 병사들을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매 순간 결정의 기준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훈련은 실제 전투 상황에서 필요한가?", "이 정도 훈련 강도는 부상 위험 대비 효과가 적절한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든 결정이 완벽했다고 할 수 없지만, 부대원들은 제 결정의 기준을 이해했고, 설령 힘든 훈련이더라도 그 정당성을 인정해 주었습니다.


5. 미션, 비전, 핵심가치의 중요성

'좋은 결정'이 되려면 조직에 명확한 미션, 비전, 핵심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상위 결정권자들이 정당성을 획득할 수 있는 조직의 가치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야 실패하더라도 정당성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미션, 비전, 핵심가치가 없이 개인의 이익만 모두가 추구하게 된다면 오직 성공만이 정당성이 되어버립니다. 그렇게 되면 결정권자는 공동체의 발전보다는 자신의 성과와 안위만을 생각하게 되고, 위험은 회피하려 들며,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 합니다. 최근 우리가 목격한 고위공직자들의 잘못된 결정도 결국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가치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공동체의 미래보다는 당장의 성과를 우선시한 결과였던 것이죠.


6. 결국 사람의 문제

결론적으로 '좋은 결정'은 공동체의 확고한 미션, 비전, 핵심가치 아래에서 이를 내재화한 사람들이 일관적으로 내릴 때 가능합니다. 제도와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의 문제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켜켜이 쌓여 한 순간의 결정으로 드러나는 것이니까요. 저 또한 앞으로 어떤 위치에서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이 올 것입니다.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결정은 공동체 대다수의 발전에 기여하는가?", "실패하더라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답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결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완벽한 결정은 없지만, 최선의 결정은 할 수 있습니다. 매일의 일상이 반복되어 가치가 희미해질 때일수록 나의 가치관, 공동체의 미션을 되새기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chatGPT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