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에 대하여
저의 Youtube 채널 리스트에 '무빙워터'란 채널이 있습니다. 출근길에 자주 듣는데 이번에는 '매력적인 사람의 10가지 취향'이란 컨텐츠를 봤습니다. 제가 '무빙워터'님을 매력적으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이번 컨텐츠에서 보여준 10가지 취향 하나하나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취향이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저는 취향이라고 하면 뭔가 고상해야될 것만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음악을 듣거나 미술품 앞에서 깊이 있는 감상을 하거나 또는 트렌드를 반영하는 옷이나 액세서리를 착용해야될 것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무빙워터'님은 취향은 소유와 수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무빙워터'님의 10가지 취향을 보면서 전적으로 그 정의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처럼 무취향인 사람도 없는 것 같아.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없고, 싫어하는 것도 없는 것 같아.' 그러자 아내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니야~ 자기 취향 엄청 확고한데! 자기만 모르는거지~.' 그 말을 듣고 '내가 취향이 확고한가? 내가 무슨 취향이 있지?'하고 넘겼었는데 '무빙워터'님의 컨텐츠를 보며 나의 취향을 한 번 정의내려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나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저만의 라이프스타일도 분명히 있을테니까요. 그래서 '무빙워터'님이 한 것처럼 제 주변의 물건과 제 루틴을 한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것들을 한번 말씀드려볼게요.
아날로그 일기장
기록을 위한 도구들은 참 많습니다. 저는 노션, 원노트, To do 등을 모두 사용하지만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만큼은 천천히 저만의 호흡을 따라가고 싶어 아날로그 일기장을 고집합니다. 나의 생각의 속도만큼 글이 쫓아오지 못하지만 빠른 변화 가운데에서도 떠오른 생각과 하루의 감상은 한 자 한 자 눌러담으며 정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트스트림 펜
여러 펜들을 써봤지만 저에게 제일 맞는 펜은 제트스트림 펜입니다. 제가 제트스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부드럽게 밀리고, 잉크가 뭉치지 않고, 번지지도 않기 때문이죠. 심지어 잉크가 잘 마르지 않아 오래 가고요. 사고를 확장할 때도, 일기를 쓸 때도 절대 빠질 수 없는 분신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책과 책장
책과 책장이 있으면 집의 공간을 굉장히 많이 차지합니다. 책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걸 다 보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요즘은 전자책도 워낙 잘되어 있어서 굳이 실물로 책을 가지고 있어야하는지도 의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학 때부터 가지고 다닌 책들을 책장에 정리하고, 주기적으로 배치합니다. 책장의 책들을 보다 보면 과거 읽었던 내용이 떠오르기도 하고, 삶에 영감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또 주기적으로 정리하다보면 제 뇌가 정리되는 느낌도 받습니다. 동시에 제가 읽은 책은 곧 제 자신의 일부라서 그 책장이 곧 나란 사람을 규정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동 커피 머신
저는 집에서 Philps 커피 머신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집에서 가장 열일하는 기계가 아닐까 싶네요. 저는 커피가 주는 향기보다 카페인이 제 뇌를 탁치면서 깨어나는 느낌을 좋아합니다. 커피에 대한 기호가 뚜렷하진 않지만 산미가 강한 커피보단 탄 맛이 강하고 고소한 맛의 커피가 입맛에 맞습니다.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의 맛이라고나 할까요? 그 또한 제 취향의 일부겠죠?
각종 기록수단
저에게는 각종 기록수단이 있습니다. 핸드폰 달력에는 일정들을 정리하구요. 핸드폰 메모지에는 갑자기 떠오른 글감이나 생각할 아이디어들을 적습니다. 노션에는 매주 일요일마다 한 주에 했었던 일들을 종합해서 정리하고, 일기는 앞서 말씀드린 아날로그 일기장을 씁니다. 또 제 앞에는 아날로그 달력도 하나 있고, 냉장고에는 목표를 기록하는 1년치 포스터가 있네요. 여러가지 기록 수단을 통해서 내가 해온 것들, 만난 사람, 가본 곳을 기록합니다. 이런 기록은 제가 시간 계획을 중요시한다는 모습을 반영해주는 것과 동시에 삶의 순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고 싶은 의지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먹는 따뜻한 물 한잔과 유산균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따뜻한 물 한잔을 먹으면서 유산균을 챙겨 먹는 일입니다. 원래는 아침에 찬물을 먹고 정신을 차리자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3년 전쯤부터 나 스스로를 아껴주자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따뜻한 물 한잔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카페에서도 따뜻한 것만 먹구요. 고생하는 나를 위한 사소한 건강 루틴이라고나 할까요?
집에서 키우는 식물들
회사에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신발장의 식물들입니다. 식물들을 키우는 건 저의 오래된 취향이네요. 평소에는 잘 돌보지 못하다가도 주말이 되면 저의 손에 의해 시들기도 하고 잘 자라기도 하는 식물을 관찰합니다. 시들어가는 식물들을 보면 제 자신이나 주위도 한 번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제 자신도 식물들과 함께 성장하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티슈
마지막으로 물티슈입니다. 저에게 물티슈 없는 삶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뭐든 닦아버리고 싶습니다. 휴지가 아니라 물티슈로 말이죠. 마치 흑백요리사 2의 최강록 셰프가 연쇄조림마라고 스스로를 표현한 것처럼 저는 스스로를 연쇄티슈마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물기가 없이 닦으면 닦은 것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저의 청결의 기준은 물티슈입니다 ^^.
저는 기본적으로 편리함이 중요한 사람입니다. 자동 커피 머신을 쓰고, 물티슈가 필수템인 것은 편리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인 것 같습니다. 효율성과 편리성이 핵심가치인 시대를 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그런 저조차도 여전히 아날로그 펜과 일기장으로 시간을 붙잡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기록수단과 책, 그리고 식물을 보며 나 자신의 성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왜 우리는 디지털 시대에도 아날로그를 놓지 못하는 걸까요? 아마도 그것이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나를 붙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노션은 편리하지만, 아날로그 일기장에 쓴 글자는 그날의 기분과 온도까지 기억하게 해줍니다. 전자책은 효율적이지만, 책장에 꽂힌 실물 책들은 제가 걸어온 길을 한눈에 보여줍니다. 물티슈로 빠르게 닦아내면서도, 식물이 천천히 자라는 모습을 보며 느림의 가치를 되새기게 됩니다.
결국 제 취향은 이런 역설 속에 있는 것 같습니다. 편리함을 추구하면서도 느림을 갈구하고, 효율성을 중시하면서도 의미를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 말이죠. 이 모순적으로 보이는 조합이 바로 저의 라이프스타일이자 취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당신 주변의 물건들은 당신에 대해 무엇을 말해주나요? 당신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루틴 속에는 어떤 가치가 숨어있나요? 한번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시면 어떨까요? 분명 당신만의 취향이 그곳에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