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슬로 "꿈 VS 현실"(Feat.CSP, Outsider)
새벽에 깨어나서라도 글을 써야겠다 생각하며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직장에서 업무를 하고 난 밤에는 잠이 쏟아졌고, 휴일에는 친구를 만나는 등 여가를 갖다 보니 글을 쓸 시간이 부족했다. 글쓰기를 여가라 보는 이들도 있지만 나는 에너지가 많이 드는 노동으로 분류하는 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운동, 집안일 등 스케줄이 빼곡한 서른 즈음의 삶을 살고 있었다. 어느 것도 포기할 수 없던 내겐 결국 잠을 줄여 혼자인 시간을 늘리는 수밖에 없었다.
What up my dawg! 무작정 미룰 뻔한 외로운 길을 걸었지
뭘 어찌할 바를 몰랐지
문득 생각이 나서 들은 건 Maslo의 "꿈 VS 현실"이란 노래였다. 늦은 시간까지 밖에 있다가 홀로 귀가하는 상황이 그 노래를 듣던 중학생 때와 다를 바 없어서 생각이 났다. 물론 학생 때는 여러 학원을 다니느라였고, 이제는 업무, 여행, 술자리 등이 이유였지만.
축축이 젖은 신발 묵묵히 난 또 집 앞
피로가 쉽사리 가시지 않는 몸을 이끌고 가는 와중 노래는 어느새 변주를 맞이했다. 위태롭게 일렁이던 기타 연주가 캄캄한 앞을 더듬거리는 듯한 몸짓처럼 변했다. 그 연주가 닿는 가사는 시끌벅적한 바깥 일정이 끝나고 남는 현실이었다. 술자리에서 한 지키지 못할 약속, 유난히 많은 정 때문에 또 벗겨진 마음, 굴러들어 와 살고 있는 처지. 고향을 떠나 서울살이를 하고 있는 내가 처한 현실이기도 했다. 나는 이미 피를 많이 흘린 듯 지친 상태였지만 노래는 그 상태로 잠들지 말라는 듯 랩을 계속 들려주었다.
피로써 내 시를 써
그로써 내 미랠 써
내 미랠 써보려 빌었어
그 가사를 들으며 피곤도 잊고 글을 쓰던 중학생 시절이 떠오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그 학생도 자정이 되어서야 독서실을 나와 집으로 가고 있었다. 정신없던 일과를 마치고 나면 그날 학교에서 있었던 일, 교육에 대한 소회, 짝사랑 등이 집 앞에서 생각이 났다.
집 앞이란 그런 공간이었다. 하루의 소란이 끝나고 고요함이 감지되는 곳. 시간에 여과되고도 남은 잔상들은 그곳에서 감정과 생각을 파도처럼 계속 치게 했다. 집 안까지 들려오는 그 소리를 나는 녹음하듯 글로 써냈다. 내가 겪은 일들이 전부 꿈 같아졌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현실 역시 무의미해져가는 듯했다.
아직도 모르는 놈들은 한참을 몰라
지금의 나를 지적하는 듯한 가사가 들렸다. 너는 모르지 않으니 움직여라는 경고처럼 들렸다. 글을 쓰지 않으면 쉴 수 있어 편했지만 동시에 허전했다. 마음에 이야기가 많이 있었으나 꺼내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글을 다시 쓸 생각을 하며 현관문을 열었다. 마음 앞에 있던 문을 열고 이야기들을 챙기러 온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