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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02. 2018

<인크레더블 2> 리뷰

완벽에서 퇴보해 훌륭해져 버린


<인크레더블 2>
(Incredibles 2)
★★★★


 2004년 이후 무려 14년을 기다렸습니다. <토이 스토리>, <카>가 3부작이 되고 <니모를 찾아서>도 도리를 찾으며 돌아왔습니다. 유년 시절에 함께했던 관객들 모두 성인이 되고도 남을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그대로 돌아왔습니다.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과 <투모로우랜드> 이후 다시 픽사 애니메이션 연출로 돌아온 브래드 버드의 <인크레더블 2>입니다.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일단 때려부순다며 슈퍼히어로들의 활동을 제지하고 나선 정부. 이에 영웅들의 열렬한 팬을 자처한 재벌이 사람들의 시선을 되돌리고 영웅들의 시대를 다시 열자고 제안하죠. 그 주인공으로 낙점된 일라스티걸은 최첨단 장비와 빵빵한 보조로 멋진 활동을 이어 나가고, 집안일과 내조를 담당하게 된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에 피로와 맞서 싸웁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어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당 스크린슬레이버가 나타나죠.

 14년의 세월 동안 바뀐 것은 변성기가 지나 버린 대쉬의 성우뿐이었습니다(심지어 바이올렛과 잭잭의 성우도 똑같습니다!). 브래드 버드는 감독, 각본, 에드나 모드 목소리(!)의 1인 3역을 겸했고, 비디오게임 <언더마이너의 침공>이 출시되며 영화엔 나오지 않을 줄 알았던 1편 마지막의 언더마이너까지 얼굴을 비췄습니다. 거기에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밥 오덴커크와 캐서린 키너까지 합류했습니다.

 인기 좋고 개성 탄탄한 주인공들만 있다면 시리즈화는 하나의 공식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적당한 악당과 소재만 바꿔 끼우면 새 영화가 탄생하죠. 하지만 픽사가 거기에 만족할 리가 없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고 선도하며 자신들만이 가능한 메시지의 전달을 시도합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일라스티걸의 역할을 바꾸고 스크린과 정보의 맹목적 노예를 양산하는 21세기를 담아냅니다.


 

 14년 동안 진보한 기술력도 마음껏 뽐냅니다. 언더마이너와 맞서는 초반부와 역주행 열차를 막아내는 중반부는 아마 <판타스틱 4>가 채워 주었어야 할(...) 목마름에 보답합니다. 어디서 모집했을지 모를 다른 초능력자들은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영화의 볼거리를 더합니다. 나머지 캐릭터들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고 강한 능력의 소유자인 잭잭의 활약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기승전에 들인 정성과 집중은 결까지 유지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의 개성과 영화의 메시지를 묶어 그럴듯한 모양으로 달리던 중 김 새는 전개와 함께 공장에서 찍은 듯한 마무리를 가져다 붙입니다. 1편은 후반부 신드롬과의 대결에서 각자의 능력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며 개인이 아닌 가족이기에 더욱 강했던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었죠. 그러나 일라스티걸과 잭잭에게 많은 것을 기댄 2편은 모든 난관을 지나치게 단순히 해결합니다. 심지어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바이올렛, 대쉬는 뒷전으로 밀려납니다.



 1편은 초능력 가족이라는 소재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을 구할 초능력자와 가족 구성원이라는 수식 사이에서 가질 수 있는 인간적인 고민을 한계까지 끌어냈고, 그들만이 내놓을 수 있는 대답을 정답 삼아 관객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속편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완벽한' 전편은 독입니다. 자기복제를 하지 않는 이상 비교 열위를 가져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전과 같거나 미치지 못하는 것들을 시류에 맞춘 조합으로 이 정도의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감탄스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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