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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Aug 04. 2018

<공작> 리뷰

공들인 작품


<공작>
★★★☆


 <범죄와의 전쟁>으로 주목받는 감독 반열에 올랐던 윤종빈 감독의 신작, <공작>입니다. <군도: 민란의 시대> 이후 4년만에 돌아왔죠. 당초 주인공의 이름을 따라 <흑금성>이라는 제목으로 기획되었다가 가제였던 <공작>이 공식 제목으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황정민, 조진웅, 이성민, 주지훈 등 충무로 흥행작들에서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이름들이 다시 뭉쳤습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공개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구요.



 때는 1993년,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됩니다. 정보사 소령 출신으로 안기부에 스카우트된 박석영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캐기 위해 북 고위층 내부로 잠입하라는 지령을 받게 되죠. 대북 사업가로 위장해 베이징 주재 북 고위 간부 리명운에게 접근한 흑금성은 수 년에 걸친 공작 끝에 그의 두터운 신뢰를 얻습니다. 하지만 남한에 불기 시작한 정권 교체의 바람은 그를 그 어느 때보다 위협하기 시작하죠.

 소위 한국영화의 '흥행 공식'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는 소재들이 있습니다. 조폭, 검사, 부정부패 등에 이어 '북한'이 있죠. 소재가 소재인 만큼 첩보, 액션, 휴머니즘 등 다양한 범주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묶어낼 수 있습니다. 덕분에 할리우드의 CIA나 FBI, IMF(?) 요원 못지않은 볼거리를 선사하기도 하죠. 최근만 해도 <공조>, <강철비>, <은밀하게 위대하게>, <용의자> 등 목록은 계속됩니다.



 그들의 계보를 그대로 이어갈 줄 알았던 <공작>은 같음 속에서 다름을 추구합니다. 단적인 예로, <공작>엔 그 흔한 액션씬이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137분에 달하는 러닝타임 동안 주먹질 한 번 하지 않고 총 한 방 쏘지 않습니다. 오로지 인물 간의 대화와 그것들이 빚어내는 상황만으로 긴장과 흐름을 가져갑니다. 한 마디의 말과 한 순간의 표정만으로 목숨이 오가는 무대에서 숨을 고르며 완주를 시도합니다.

 그러면서도 <팅커 테일러 솔져 스파이>만큼 호흡이 느리지도 않고, <모스트 원티드 맨>처럼 대기만성 구조도 아닙니다(두 영화가 나쁜 예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분류를 한다면 당연히 상업 영화에 속합니다. 관객들의 집중을 붙잡을 사건들을 꾸준히 꺼내놓습니다. 선과 악보다는 모두와 모두의 대결입니다. 각 인물들은 조직의 신념과 개인의 신념이 충돌한 상황에서 매 순간 자신의 명이 달린 선택에 직면합니다. 

 하나의 영화에 하나의 장르만을 담아내려 공을 들인 티가 역력합니다. 지금껏 충무로의 첩보 영화에서 가족과 액션이라는 거대한 중심축 없이 탑을 쌓아올린 영화는 <공작>이 처음일 겁니다. 수십 장의 각본과 수십 분의 러닝타임이 보장되는 쉬운 길을 굳이 나아가지 않았습니다. 뻔한 것에 안심하고 흔한 것에 익숙해하는 흐름 속에서 발휘하는 뚝심입니다.

 


 중심이 되는 인물이나 메시지를 토대로 구성된 기승전결보다는 사건 순서를 따라가는 기록물이기도 합니다. 박석영과 리명운이라는 개인은 어느새 남과 북이라는 큰 그림이 되어 초점의 크기를 바꿉니다. 조금은 급작스러운 전환에 최학성(조진웅)이나 정무택(주지훈)은 한순간에 설 곳을 잃습니다. 그 정도의 결단이라면 최소한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혹은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이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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