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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지 Nov 15. 2019

<좀비랜드: 더블 탭> 리뷰

더 세게 2차대전


<좀비랜드: 더블 탭>

(Zombieland: Double Tap)

★★★☆


 용사들이 돌아왔습니다. 전편의 깜짝 흥행과 인기 덕에 제작비를 두 배나 키웠지만, 아마 대부분은 10년 사이에 올라도 너무 올랐을 배우들의 몸값으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감독 루벤 플레셔 역시 가장 최근에 연출한 <베놈>이 전 세계 흥행 수익 8억 달러를 돌파하며 그간의 고전을 한 방에 만회했구요.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을 덮친 뒤, 함께 우여곡절을 겪으며 가족처럼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들. 완전한 연인이 된 콜럼버스와 위치타는 사알짝 권태기를 맞이했고, 탤러해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리틀록을 딸처럼 대하고 있죠. 하지만 평화는 잠시, 생존을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던 과거의 버릇과 더욱 진화한 좀비들의 등장으로 넷의 일상에도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콜럼버스의 생존 규칙 2번 '확인 사살'이 공식 부제로 붙었습니다. 10년 동안 몸값과 존재감 모두 한없이 치솟은 주연들이 모두 복귀했고, 조이 도이치, 로사리오 도슨, 에반 조지아가 조연으로 합류했죠. 1편 때만 해도 13살 아역이라 말 그대로 성장한 애비게일 브레슬린을 제외하면 다들 자기관리가 엄청납니다. 연달아 찍었다고 해도 믿을 비주얼로 10년을 한 번에 건너뛰죠.


 돌아온 그들은 다행히도 여전합니다. 오직 좀비 세상에서만 가능한 과감한 전개에 캐릭터들의 뚜렷한 개성을 더합니다. 트윙키 바이러스를 기적적으로 치유한(?) 탤러해시는 이제 남자다운 탈거리를 찾아 헤매고, 정착이라는 단어가 마냥 두렵기만 하던 위치타는 인생의 진정한 2막을 준비하죠. 제시 아이젠버그가 제시 아이젠버그하는 콜럼버스는 제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매디슨, 버클리, 네바다, 앨버커키, 플래그스태프 등 대폭 늘어난 조연들 덕에 이리저리 뒤엉키는 맛은 있지만, 덕분에 1편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미덕이 다소 희석된 감도 분명히 있습니다. 상황과 상황을 나열하며 1편에서부터 그리 신경쓰지는 않았던 개연성이 한 단계 더 떨어졌고, 아슬아슬하던 허용 한계치도 위험 수위에 다다르죠. 



 대표적으로, 1편에서는 인간적으로 무덤덤했던 주인공들의 감정선이 이번 2편에서는 비인간적으로 무감각한 수준입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스크린에 보여주지 않은 무슨 일이 따로 있었나 싶은 딱딱함이 반복되죠. 빌 머레이나 트윙키 등 1편의 개그 코드는 대충 상황만으로 웃을 수 있었지만, 이번엔 엘비스 프레슬리나 아놀드 슈왈제네거 등 모르면 웃을 수도 없는 식으로 진입 장벽도 살짝 올라갔습니다. 물론 준비된(?) 자에겐 더욱 큰 폭발력을 선사하지만요.


 이 빈자리는 살짝 더 많아진 액션과 비교적 커진 스케일이 채웁니다(주류 좀비 액션 영화들에 갖다대기엔 여전히 아담하긴 합니다). 생존자들의 거대한 빌딩인 바빌론을 등장시켜 무대부터 1편과는 비교할 수 없는 볼거리를 준비했죠. 평소 마구잡이로 폭발하는 좀비들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면(?!) 안성맞춤입니다. 덩치를 키우는 과정에서 장점을 일부 희생하는, 전형적인 속편 공식을 따른 결과라고 봐야 하겠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시리즈의 영혼은 살아남았습니다. 1편을 즐겼다면 2편도 즐길 수 있고, 3편을 기대하며 상영관을 나설 수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좀비물인 터라 최소한의 비위는 준비하고 가셔야 합니다. 본토에서는 둘 다 청불 등급을 받았음에도 어떻게 <더블 탭>은 국내에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아냈네요. 엔딩 크레딧이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쿠키 영상도 나오니 조금만 기다리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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